멧돼지에 이어 유기견들의 역습인가. 뉴타운 등 재개발로 인해 이주하는 주인들로부터 버림받은 유기견들이 들개로 야생화되고, 빠르게 번식하면서 등산객과 야산 주택가 주민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급기야 서울시가 야생화된 유기견에 대한 집중 포획작전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도심 야산과 주택가 접경지역 중심으로 오는 27일까지 유기견 집중 포획기간을 설정, 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들어 유기견의 야생화가 심해지고 북한산뿐만 아니라 인왕산, 백련산, 관악산 등으로 서식 범위가 넓어지면서 산책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유기견들은 무리지어 다니면서 주택가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를 해치고, 산에서 서식해 광견병 전파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북한산국립공원과 서울 도심 야산 일대에서 포획된 유기견은 417마리에 이르고, 지금도 14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는 기존의 포획 틀에 의한 상시포획체제는 유지하면서 집중포획기간에 야생동물 포획전문가와 마취 총을 활용, 50여 마리의 들개를 포획할 계획이다. 포획작전에는 종로, 은평, 서대문, 강북, 성북, 도봉, 관악 등 7개 자치구가 참여한다. 집중포획 지역은 북한산, 인왕산, 백련산, 관악산 등 도심 야산과 주택가 접경지역 주변과 도심 주택가 방향 2㎞ 이내까지를 포획대상 지역으로 설정했다.
포획되는 들개는 관할 자치구에서 지정한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져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분양이 안되면 안락사 시킬 예정이다.
최근 도심 야산 주변에 들개가 많아진 것은 뉴타운 등 재개발로 떠나는 사람들이 개를 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기견은 대부분 잡종으로 중간크기 이상의 개체”라며 “북한산 주변의 단독주택에서 기르던 개들이 뉴타운 개발 등으로 버려지면서 도심 야산으로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들개를 발견하면 먹이를 주지 말고 음식물은 되가져갈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산에서 들개를 만나면 눈을 마주치지 말고 천천히 그 자리를 벗어나며 들개를 자극할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보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들개 발생의 근본 원인이 반려견의 유기·유실인 만큼 동물등록을 하는 등 책임감있는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멧돼지의 도심 출몰을 예방하기 위해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북한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멧돼지는 산으로’ 프로젝트를 가동, 올 연말까지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출몰 신고가 들어오면 포획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이번 프로젝트는 멧돼지 생태지도를 만들고 포획틀, 포획장을 설치하는 등 종합적으로 추진된다. 특히 멧돼지가 북한산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주요 경로인 구기터널 상부(공원구역)에 내년까지 철재펜스 660m를 설치할 예정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유기견의 역습… 등산객·주민 안전 위협
입력 2016-03-14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