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 감소 우려해 현 자동차세 기준 고수”

입력 2016-03-15 04:03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두고 자동차 관련 종사자와 정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세금 때문에 현행 배기량 기준인 자동차 보유세를 고수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자동차세를 배기량 기준에서 차량 가격 기준으로 개편할 경우 연간 1조3000억∼3조4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 전문가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동차는 10여 종류의 세목이 있어 세금 유발 요인이 많다”며 “정부로선 세금이 나올 자동차세를 건드릴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자동차 관련 세수가 국가 총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7%였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경제동향·이슈 3월호의 ‘국내 자동차세 부과기준 변경 논의와 해외사례’ 보고서는 배기량 대신 차량 가액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자동차세 부과기준으로 제시했다. 배기량을 부과기준으로 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고가의 수입 차량을 구매하고도 배기량이 적어 세금을 적게 내는 사례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예정처는 자동차세 부과기준을 자동차 가액 기준으로 바꿀 경우 세금이 감소될 것으로 봤다. 현행 자동차세 경감률(차령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는 비율)을 적용하면 자동차세와 지방교육세는 연간 2조5000억원으로 2014년 기준 자동차세 3조6000억원보다 3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수 감소는 전체 자동차의 71.7%를 차지하고 있는 배기량 1000∼2500㏄ 차량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2500㏄ 차량의 세수 감소 규모가 1조2000억원인 데 반해 3500㏄ 이상 자동차에 대한 세수 증가는 2000억원에 불과하다.

취등록세의 잔존가치율(잔가율·신차 대비 중고차 가격 기준)을 적용할 경우 세수는 더 줄어든다. 2014년 자동차 세수보다 약 68% 적은 1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한 자동차 전문 교수는 “정부가 자동차세 부과기준을 변경할 경우 손해를 볼 것으로 보고 배기량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유럽 국가들이 적용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자동차세 부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동차 과세 기준에 변화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 도로사용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소비재로 보는 자동차의 특성상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정처는 차량 가액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 경우 배기량을 낮추고 성능을 높여 가격이 오른 친환경 차량에 대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부과기준으로 삼으면 관련 기술이 앞선 유럽차가 유리해지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