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뜻밖의 수’ 공략… 알파고 치명적 실수 끌어내라

입력 2016-03-15 04:00

이세돌(33·사진) 9단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4차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15일 벌어질 마지막 5차전에서 이 9단이 펼칠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9단은 네 차례 대국을 치르는 동안 상대의 기보를 치밀히 연구해 어느 정도 기풍을 파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시피 해 비대칭 정보로 인한 불공정 게임 시비도 일었지만 이 9단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묘수로 마침내 ‘프로그램 에러’를 촉발시켰다. 알파고는 그동안 상식 밖의 수를 간간이 던지고도 ‘실수’가 아닌 ‘묘수’로 치장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하고도 1∼3차전을 내리 승리했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곳에 돌을 두도록 프로그램화돼 있기 때문에 실수가 없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전날 보여준 알파고의 잇단 자충수는 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도 “이 9단이 알파고가 회복할 수 없는 실수를 하게끔 압박을 가했다”고 인정했다.

이 9단이 앞서 보지 못했던 다소 엉뚱한 수를 몇 차례 둔 것도 주목할 일이다. 흑 45 이후 백이 상변 타개로 밀어가는 수를 두거나 날일(日)자로 두는 수를 예상했지만 백 46을 뜻밖의 곳에 놓았다. 현장 해설자인 송태곤 9단은 이를 두고 “알파고 같은 수”라고 지적했다. 마침내 백을 쥔 이 9단이 78수로 대응하자 이때부터 알파고의 연산이 꼬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5차전에서도 정석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수는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9단이 덤의 부담이 있는 흑을 고집한 터라 4차전보다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13일 대국에서 이 9단은 자신의 친형인 이상훈 8단의 조언을 받아들여 먼저 좌우 상변을 굳게 지키고, 중앙의 상대 영역에 돌진해 승부를 거는 전략을 썼는데 이게 주효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를 비트는 선제적인 수가 나오며 인공지능을 혼란에 빠트렸다.

이와 함께 전투 영역을 여러 곳에 흩어놓는 것도 좋은 작전이다. 바둑 격언에 “고수는 내버려두고 하수는 정리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여러 곳에 분산된 격전지는 알파고가 버그를 일으키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반에 성급하게 승부를 거는 건 금물이다. 4차전 승부도 중반 이후 나왔다. 알파고가 계산에 밝아 중반 이 9단이 불리하리라는 전망은 전날 여지없이 무너졌다. 초반 전투는 더더욱 안 된다. 알파고는 ‘싸움닭’ 같은 기풍을 보여줬다. 박정상 9단은 “알파고가 부분 전투에 굉장히 강하고, 상대방이 무리했을 때 응징하는 능력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이 9단은 3차전에서 초반 싸움을 걸었지만 별 소득을 보지 못했다.

이 9단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덕목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함이다. 상대는 자신이 바둑을 두는지도 모르고 그저 프로그램된 대로 확률 높은 곳을 찾아가는 인공지능이다. 4차전처럼 컴퓨터보다 더 냉철한 자세로 상대를 비틀어야 승산이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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