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당이라면서 개별적 후보단일화 방치하겠다니

입력 2016-03-14 17:59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4·13 총선에 출마하는 야권 후보 간 ‘개별적 단일화’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듯하다. 김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 차원의 수도권 연대 반대 입장을 밝히며 지역별(선거구별)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당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 공동대표도 “그걸 당에서 금지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말을 하는 두 대표 모두 무책임한 정치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낡은 정치와 구태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새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사다.

정당 간 선거연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굳이 배척할 이유도 없다. 특히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같은 뿌리로서 정강정책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집권 새누리당의 압승을 막고자 연대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수도권의 경우 4년 전 총선 때 3% 포인트 이내 득표율로 당락이 갈린 곳이 24곳이나 된다는 점에서 야권으로선 긴요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 양당 대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개별적 단일화는 정도가 아니다. 일종의 정치적 꼼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당 차원의 ‘질서 있는 연대’가 협상시간 부족, 당내 사정 등으로 실현 불가능하게 되자 후보들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다.

김 대표가 최근 갑자기 국민의당에 야권통합을 제의한 것은 실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 국민의당을 흔들기 위한 의도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야권분열의 책임을 국민의당에 떠넘기면서 국민의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데 일단 성공했다. 김 대표가 당 차원의 연대보다 개별적 단일화에 비중을 두는 것은 수도권 지역 국민의당 후보들이 거의 대부분 경량급이라 판단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 차원의 협상을 통해 여러 지역에서 후보를 양보할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본다.

안 공동대표의 경우 ‘야권연대=창당정신 실종’이라는 부정적 프레임 때문에 연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거듭 강력 반대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의원 등의 연대 주장을 막무가내 무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고민 끝에 개별적 단일화는 허용한다는 고육지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또 하나의 ‘철수(撤收)정치’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당이 직접 조정·관리하지 않은 채 개별 후보 간 단일화를 허용할 경우 각종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일화 과정에 금품수수나 자리 나누기 같은 뒷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우리 선거사에 그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지금이라도 당 차원에서 선거연대에 합의하든, 깨끗이 단념하든 결론을 내리는 게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