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보의 부끄러운 민낯,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입력 2016-03-14 17:57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원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추징금을 내지 않자 검찰이 한 전 총리의 교도소 영치금을 추징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는 14일 한 전 총리의 영치금 250만원을 지난 1월 추징해 국고에 환수시켰다고 말했다. 영치금은 수감자가 물품이나 음식을 사는 데 쓸 수 있도록 가족 등이 교도소에 맡긴 돈으로, 유력 인사의 영치금을 추징한 것은 거의 전례 없는 일이다.

검찰은 추징금 납부 명령서, 납부 독촉서, 강제 집행 예고장 등을 보냈지만 한 전 총리가 추징금을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 근거로 대법원 확정 판결 이전에 한 전 총리의 예금 2억원이 대부분 인출됐고, 아파트 전세보증금(1억5000만원)도 남편 명의로 바뀐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 전 총리의 영치금까지 환수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지적한다. 한 전 총리가 선고받은 추징금 규모를 감안할 때 영치금 250만원은 푼돈에 불과하다. 하지만 검찰이 오죽했으면 이런 카드까지 꺼냈는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추징금 집행 의지를 천명하면서 언론 보도를 통해 한 전 총리에게 심리적 타격을 주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측은 추징금을 낼 의사가 있다고 언론에 밝히고 있지만 추징금 시효가 3년이고, 추징금은 벌금과 달리 노역에 처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버티기에 들어간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한 전 총리는 말만 하지 말고 추징금 집행에 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와 야당 대표를 지낸 인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 안 된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추징금을 확실히 집행할 수 있도록 추징금 환수팀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추징금과 관련한 법조항을 고쳐 악의적인 추징금 미납 행태를 뿌리 뽑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