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로 연구되는 AI ‘기대 반 우려 반’
입력 2016-03-14 20:57
전 세계 IT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연구를 ‘오픈소스(open source)’로 진행하고 있다. 오픈 소스란 핵심 기술을 외부에 개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의미한다. 건축으로 치면 설계도를 공개해 누구나 참고해서 건물을 짓도록 하는 셈이다.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는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역시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다.
구글 ‘텐서플로’, 페이스북 ‘빅서’와 ‘토치’, 야후 ‘카페온스파크’ 등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음성인식 서비스 ‘코타나’를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바이두도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개했다.
이들이 AI 관련 기술을 공개하는 건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AI 연구는 방대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모든 걸 할 수 없다. 기술을 공개하면 누구나 개발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데 속도가 붙는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관련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참여한다는 점이 AI를 악용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상에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인간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AI를 사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에게 오픈소스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가까운 예로 3D프린터가 나왔을 때 총기 기술 개발업체인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는 3D프린터로 총기를 만들 수 있는 설계도를 공개했다. 누구나 3D프린터만 있으면 총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AI로 자동화 무기를 만드는 걸 막을 수 있겠나”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오히려 AI 악용을 막기 위해 오픈소스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AI 연구가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라며 우려 의사를 나타냈던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는 ‘제로 투 원’ 저자 피터 틸 등과 지난해 10억 달러 규모의 오픈소스 AI 개발 프로젝트 ‘오픈AI’를 출범시켰다. 머스크 CEO는 “AI의 악용을 대비하는 최선책은 최대한 많은 사람이 AI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