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더 고도화된 게임 도전… 인간 두뇌 넘본다
입력 2016-03-15 04:02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다음 목표는 뭘까. ‘인간을 흉내 내는 기계’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기계’로의 진화를 앞두고 AI는 바둑보다 복잡한 게임 등으로 인간의 직관력과 통찰력, 문제 해결력 등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파고 역시 허점을 드러내면서 인간 사회에 적용됐을 때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인간 두뇌 연구하며 ‘강한 AI’로 거듭날 듯=현재 알파고와 같은 AI는 인간이 입력한 알고리즘을 토대로 주어진 상황을 판단하고 수행하는 ‘약한 AI’다. 반대 개념은 ‘강한 AI’로 사람처럼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알파고는 바둑 게임에서 인간을 상대로 이기긴 했지만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가 밝혔듯 ‘지금은 게임을 하는 수준일 뿐’이다.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을 수는 있지만 인간과 같이 모든 영역에서 사고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 인간과 같이 스스로 사고하는 단계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AI의 다음 단계는 ‘뇌’일 가능성이 크다. 강한 AI로의 진화를 위해선 인간의 뇌를 연구해 자아를 갖는 AI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파고는 강한 AI와 약한 AI의 중간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간 뇌 신경망 구조를 본떠 설계된 알파고는 단순 계산을 넘어 인간의 직관까지 흉내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 뇌 작동원리와 구조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아직 인류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에 자의식을 갖춘 AI로의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구글은 알파고의 첫 대국이 끝나자 다음 게임 종목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했다. 제프 딘 구글 시니어 펠로(선임 연구원)는 지난 9일 “알파고는 게임을 기초로 학습을 강화하고 있다”며 “스타크래프트와의 접목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일반적인 보드게임과 달리 전체 게임을 한눈에 볼 수 없고, 게임하는 사람의 화면 밖에서 일어나는 일도 인지해야 하는 등 다양한 사고를 해야 한다. 점차 고도화된 게임에 도전하면서 강한 AI로의 진화를 거듭하겠다는 것이다.
‘감정’도 AI가 향후 학습해야 할 대상이다. AI가 자의식을 갖게 될 경우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모방하는 수준으로까지 개발될 수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인공지능, 완생이 되다’ 보고서에서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인간의 감정까지 소유할 수는 없지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을 학습시켜 인간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며 인간과 상호작용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 영역 역시 데이터 학습을 통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파고의 ‘실수’가 남긴 과제=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은 줄곧 AI 기술을 활용할 영역으로 헬스케어(의료)를 꼽아왔다. 구글은 이밖에도 기후 모델링, 교통관제 등 인간이 예측하기 힘든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사비스 CEO는 지난 11일 “AI를 실제 세계에 적용하면 유전학부터 기후, 질병, 에너지, 거시경제, 물리학 등 인간이 풀지 못한 난제의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AI가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되면 의료 자료를 보고 특이점을 찾아낸 뒤 해당 질병을 진단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러 질병이 겹쳐서 나타나는 복합성 질병의 경우 최적의 치료방법을 알려줄 수 있게 된다. 기후 분야에 적용되면 단순히 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측만 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기상변화 데이터를 수집해 지구환경 변화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예측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 분야에서는 교통 흐름에 맞게 실시간으로 신호체계를 조작하는 식의 AI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난 13일 알파고의 ‘실수’가 바둑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다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진다. 하사비스는 이세돌 9단에게 첫 승을 안겨줬던 알파고와의 대국 직후 “초반에는 알파고가 우세했지만 알파고의 ‘실수’가 나와 졌다”고 밝혔다. 다만 이 ‘실수’의 의미는 자의식이 없는 알파고가 인간처럼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에 따른 판단이 인간의 판단을 뛰어넘지 못하는 식의 오류를 뜻한다. 결과적으로 AI가 완벽한 결정만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동안 알파고는 이 9단과의 대국에서 인간의 입장에서 실수로 비춰지는 수들을 놓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묘수’였던 적이 많았다. 때문에 헬스케어 영역에서 AI가 인간과 다른 판단을 내렸을 때, 그 해법이 결과적으로는 맞는 것인지 확신 없이 인간이 AI의 판단을 따라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결국 ‘묘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실수’와 같은 데이터 처리를 할 경우 인명 피해로 이어져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교통관제 등 분야에서도 교통 시스템 마비 등을 야기해 큰 사고를 발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하사비스는 “알파고를 의학에 적용한다면 아주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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