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저임금 노동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는 일자리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과 멕시코 등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미국 기업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딴 의류 제품 대부분은 해외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도널드 J 트럼프 컬렉션’ 셔츠는 방글라데시와 중국, 온두라스 등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다. WP가 입수한 소송서류에 따르면 트럼프는 2004년 자신의 이름을 딴 남성의류를 해외 85개국에서 대량생산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로버트 로렌스 하버드대 교수가 인터넷으로 판매되고 있는 트럼프 브랜드의 제품을 조사한 결과 838개 품목 중 75%인 628개가 해외서 만들어진 것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인 354개는 중국에서 제조됐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유세 내내 중국과 멕시코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했다는 이유로 오레오 쿠키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에어컨 제조사인 캐리어가 멕시코로 공장을 옮기자 “내가 (대통령이 되어) 감시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는 공약으로 해외이전 기업에 15%의 세금을 매기고, 수입품에 대해서는 20%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 45% 부과’ 방안도 논의됐다. 로렌스 교수는 “트럼프의 공약은 250달러짜리 트럼프 양복 가격을 350달러 이상으로 올려놓게 돼 자신의 사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인기는 여전히 높아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에도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13일 공개된 CBS방송·유고브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일리노이, 미주리 등 4곳에서 1위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승자독식제를 채택하는 플로리다(대의원 99명)에서도 승리하면 누적 2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게 돼 사실상 승리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하이오주(대의원 66명)에서는 존 케이식 현 주지사가 35.3%의 지지율로 트럼프(33.3%)를 근소하게 앞섰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플로리다, 일리노이, 노스캐롤라이나, 미주리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이기는 것으로 나왔고 오하이오에서만 46%의 지지율로 샌더스 의원(48%)에 뒤처졌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일자리 유출 벌주자더니… ‘트럼프 셔츠’는 중국산
입력 2016-03-14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