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진화로 자율주행차 개발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자율주행차의 세 가지 핵심 기술은 고성능 카메라와 센서 등 주변 사물을 감지하는 인식 기술, 도로와 자동차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정밀한 지도, 운전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쉽게 말하면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도로를 정밀하게 파악한 다음 이를 인공지능으로 종합 판단해 스스로 운전하는 게 자율주행차의 기본 원리다. 현재까지는 세 가지 핵심 기술 중 인공지능 기술이 가장 뒤처진다고 평가돼 왔다.
하지만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입증,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글과 같은 IT 업체들은 물론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앞 다퉈 인공지능 등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GM은 지난 11일 10억 달러(1조1843억원)를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 BMW는 지난 7일 창립 100주년을 맞아 독일 뮌헨에서 운전자의 생각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얼라이브 지오메트리(Alive Geometry)’를 탑재한 자율주행 콘셉트카 ‘BMW 비전 비히클 넥스트100’을 공개했다. 도요타는 지난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 기술 연구 및 개발을 위해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TRI)’를 설립하고 앞으로 5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도 정밀지도 개발을 시작으로 자율주행차 연구에 착수했다.
현대·기아차도 자체 연구소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오고 있다. 2010년 투산ix 기반의 첫 자율주행차를 공개했고, 제네시스 EQ900에는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을 장착하는 등 자율주행 초기 장치들을 상용화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국내에서 자율주행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물론 인공지능 등의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14일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차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라며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 개발보다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이 자율주행차에 실제로 적용되려면 해결돼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복잡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100%에 가깝게 정확해야 하는데, 아직 미흡하다”며 “현실적으로 자율주행차가 개발되려면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천 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과 교수도 “인공지능의 가장 큰 특징은 학습이지만 정답이 명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특히 양자택일과 가치판단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인공지능에게 다 맡기긴 어렵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구글 자율주행차가 최근 모래주머니를 피하려다 주행하던 버스와 충돌한 사고도 인공지능의 판단 문제였다.
남도영 최예슬 기자 dynam@kmib.co.kr
AI의 진화… 자율주행차 개발 속도 올린다
입력 2016-03-1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