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보이지 않는 발’

입력 2016-03-14 17:50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업적은 ‘보이지 않는 손’을 본 것이다. 개인의 이기심처럼 별도로 조정되지 않은 사적 행위가 시장(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긍정적 결과(부와 번영)를 낳는다고 그는 ‘국부론’에서 설명했다. 핵심 논거인 시장의 조건은 ‘충분한 경쟁’이라고 전제했다. 그를 시장 우위론자 또는 경쟁 지상주의자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애덤 스미스 연구자 성균관대 경제학과 김광수 교수는 “그의 사상에 경제적 자유주의 요소가 내포된 것은 사실이나 사회공동체와 무관한 자유와 경쟁 일변도의 절대적 시장 우위론자로만 보는 것은 분절적·파편적 인식”이라고 경계했다.

현실에서 시장은 경쟁적이지 않은 때가 많다. 시장이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경제활동을 조율하지 못하면 ‘시장의 실패’에 따른 부작용이 생긴다. 미국 에머스트대 명예교수인 새뮤얼 보올스 교수는 공저인 ‘자본주의 이해하기’(최정규 등 공역, 후마니타스)에서 시장의 실패 원인을 ‘보이지 않는 발’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공익을 위한 잣대인 ‘보이지 않는 손’과 달리 ‘보이지 않는 발’은 사익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파악했다. ‘손’이 경쟁을 통해 느리게 진행되는 반면 ‘발’은 경쟁을 회피하면서 집요하게 목적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고 봤다. 원래 이 용어는 특혜와 특권을 누리는 대기업을 지칭했으나 최근에는 독점적 혜택을 누리는 다수의 사례에 널리 적용된다.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나 의외의 결과가 나타날 때 흔히 ‘보이지 않는 손’을 떠올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목격되는 새누리당의 공천 내홍에도 이 비유가 잦다. 그러나 적확지 않은 쓰임이다. 애덤 스미스가 역설한 ‘손’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공공의 이익에 대한 봉사’다. 새누리당 공천 다툼의 경우 극히 일부가 예외적 이익을 노린 것이다. ‘보이지 않는 발’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