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파워 진화 거듭, 감정까지 흉내… 영화 속 인공지능 로봇, 어디까지 발전할까

입력 2016-03-15 04:00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이 펼쳐지는 가운데 영화 속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알파고를 통해 확인했듯 인간을 무릎 꿇게 하기도 하고, 인간과 교감하면서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상상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는 수십 편에 달한다. 고전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다. 컴퓨터 할이 우주선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키지만 얼마 못 가 인간에게 제압당하는 설정으로 2001년의 인공지능 개발 단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터미네이터’(1984)에 나오는 인공지능은 뛰어난 액션 능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매트릭스’(1999)는 2199년을 배경으로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에 갇혀 생각과 기억이 편집되고 인공지능에 조종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2001)는 감정을 가진 소년 로봇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한 단계 나아갔다. 인간과 유사한 외모를 지니고 행동도 자연스러운 데다 인간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감정의 소유자로 그려졌다.

급기야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인공지능도 등장했다.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로 출연한 ‘그녀’(2013)는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 운영체계 그녀가 주인공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그녀는 인간의 감정을 궁금해하고 흉내내기도 한다. 남자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그녀에게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스토리다.

최민식이 조연으로 나온 뤽 베송 감독의 ‘루시’(2014)는 인간에게 인공지능 기능을 지닌 약물을 투입해 뇌의 활용도를 10%에서 100%까지 이르게 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인간이 뇌를 활용하는 단계(10%)에서 나아가 신체 기능을 완벽하게 통제(24%)하고, 모든 상황을 제어(40%)하고, 타인의 행동을 컨트롤(62%)하고, 결국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깨닫게(100%)된다.

인류가 수억 년에 걸쳐 이룬 지적 능력을 추월하는 ‘트랜센던스’(2014), 고도의 인공지능을 탑재해 스스로 성장하는 로봇 경찰 ‘채피’(2015), 인격과 감정을 이해하는 ‘엑스 마키나’(2015), 지구를 지킬 최강의 인공지능 울트론이 인간의 지배를 벗어나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지구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2016)에도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대부분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려는 설정으로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메가톤급 파워와 상상을 초월하는 두뇌를 가졌으나 인간의 마음과 감정까지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갖추지는 못했다. 문명의 이기인 인공지능이 인간성마저 지배하는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알파고를 계기로 향후 인공지능 영화가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하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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