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후 개봉?’ 일반적인 영화 개봉 수칙을 뒤집는 기독 영화 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레터스 투 갓’을 시작으로 ‘부활(Risen)’ ‘일사각오’ ‘더 영 메시아(The Young Messiah)’ ‘신은 죽지 않았다 2’ ‘두 유 빌리브(Do You Believe?)’가 17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연이어 개봉된다. 한 중견 영화사 대표는 15일 “올해 봄 기독 영화가 쏟아지다 보니 극장이나 개봉일을 잡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전했다.
일반 영화 관계자들은 관람 수요가 많은 방학 개봉을 선호하는 반면 기독 영화 관계자들은 부활절과 같은 절기 개봉을 선호한다. ‘신은 죽지 않았다 1’에 이어 ‘2’를 수입한 강선영 에스와이코마이드 대표는 “기독 영화는 예수의 부활과 고난을 묵상할 수 있는 절기에 개봉하는 것이 좋다고 업계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한다. 일종의 ‘특수 현상’인 셈이다.
주기철(1897∼1944) 목사의 일생을 담은 ‘일사각오’와 예수의 시신을 찾는 여정을 담은 ‘부활’은 17일 개봉한다. 신사참배에 반대한 주 목사는 순교자이자 독립 운동가였다. 그의 신사참배 반대는 기독교라는 종교 신념을 넘어선 ‘인류의 양심’이었다. 오산학교를 졸업한 주기철은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고 스승 조만식과 ‘물산장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부활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제작진의 작품이다. ‘워터월드’에서 장엄한 스케일을 선보였던 케빈 레이놀즈 감독이 연출했다. 약 2000년 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로마군 호민관 클라비우스(조셉 파인즈 분)는 ‘메시아가 부활했다’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사라진 예수의 시체를 찾는 임무를 맡는다. 시체는 발견되지 않고 그를 보았다는 이들의 증언만 듣게 된다.
‘신은 죽지 않았다 2’는 다음 달 7일 개봉된다. 교사 그레이스가 수업 중 성경을 인용했다가 법정에서 서게 된다. 같은 달 21일 개봉하는 ‘두 유 빌리브’는 십자가를 진 노방전도자의 얘기다. 예수의 어린 시절을 담은 ‘더 영 메시아’는 같은 달 31일에 개봉한다. 앤 라이스의 소설 ‘크라이스트 더 로드: 아웃 오브 이집트’가 원작이다
5월에는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영화화한 ‘사일런스(Silence)’가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다. 17세기 예수회 사제가 일본에서 받은 박해를 그린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페레이라 신부 역을 맡은 리암 니슨은 “신은 있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믿음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조현기 필름포럼 프로그래머는 “올해 가장 기대되는 기독영화”라고 했다.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의 ‘베이비박스’ 사역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졌다. 제목은 ‘드롭 박스(The Drop Box)’.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서 같은 달 10일 영화제 개막작으로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미라클 프롬 헤븐’도 같은 달 개봉된다.
인간의 구원을 그린 대작 ‘벤허’(Ben-Hur·1959)가 리메이크 작업을 거쳐 8월쯤 미국에서 개봉된다. 국내에도 동시 개봉될 가능성이 있다. 김상철 감독은 오는 10월의 ‘제자, 옥한흠 2’(가칭)를 안고 돌아온다. ‘광야에서의 40일’(Last Days in the Desert)도 미국에서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 ‘더 프로미즈(The Promise)’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기독 영화는 ‘연중 다작’ 분위기다.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구원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기독 영화 제작 붐이 일고 있다. 이 여파로 2014년 미 할리우드에서 ‘선 오브 갓’ ‘노아’에 이어 올해 ‘부활’ ‘더 영 메시아’ ‘벤허’와 같은 대작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기독 영화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국내 기독 영화 시장이 동반성장하고 있다. 기독 영화를 보기위한 크리스천의 영화관 발길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신이 보낸 사람’이 기독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4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지난해 4월 개봉된 ‘신은 죽지 않았다 1’이 4만명 관객을 모은 데 이어 연말 개봉된 ‘프리덤’도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런 열기 속에 일반 영화사들의 기독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UPI코리아는 이달 말 ‘부활’에 이어 5월 ‘미라클 프롬 헤븐’을 배급한다. 2014년 ‘신은 죽지 않았다 1’을 소개한 에스와이코마드는 올해 미국 현지와 거의 동시에 ‘2’를 수입, 개봉한다. 이달 말 ‘더 영 메시아’를 수입한 CJ엔터테인먼트는 연내 다른 기독 영화 수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내 관계자의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독영화를 소개해온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올해로 13회를 맞는다. 지난해 영화 사업을 시작한 기독교방송 CBS는 매주 토요일 기독 영화를 방영한다. 영화평론가 임세은은 “기독 영화 수입에 대한 일반 영화사의 관심과 CBS의 기독 영화보급은 국내에서 기독 영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부활·일사각오… 올해 기독영화 스크린 수놓는다
입력 2016-03-15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