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목회자로서 늘 건강관리를 잘 해왔다고 자부했던 나였다. 그리고 특별한 지병도 없어 내게 맡겨진 사역들에 최선을 다했다. 난 ‘은혜의 집’이란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았다.
그런 2014년 11월6일이었다. 평소 눈이 침침하고 안보이긴 했지만 내 나이를 생각해 노인성 질환이겠거니 하고 무시를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뿌연 안개가 낀 듯한 시야에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안경이라도 갈면 나을까 하여 안과를 찾아가게 되었다.
의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병원에 오지 않았느냐는 눈치였다. 최근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고 물을 많이 마시는 증세가 있긴 했지만 의사는 이 눈이 안보이는 것이 단순히 노안이나 백내장이 아니라 심한 당뇨에서 오는 후유증 같다며 당뇨검사를 잘 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당뇨수치가 400이 넘게 나왔고 혈압도 160이나 되었다. 병원에서는 아주 당뇨가 심하다며 내가 나이도 있어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실명을 한다고 했다.
놀란 나는 허둥지둥 치료를 시작했지만 차도를 보이지 않았고 실의에 빠져 있었다. 너무 힘들어 복지시설도 2014년 말로 구청에 넘기고 정리를 했다. 75세까지 할 만큼 했고 내 몸이 우선이란 생각을 한 것이다.
이런 중에 엘림장애인복지회 사무총장이신 고창수 목사님을 한 특별집회에서 만나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자신이 지금 차고 있는 인슐린펌프의 놀라운 기능에 대해 소개하시면서 당장 가자며 나를 최수봉 교수님 진료실로 데려갔다.
상태가 중해도 내 몸에 무엇을 차고 바늘을 꽂는다는 사실이 꺼려졌지만 고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55g 정도의 작은 기기를 바지주머니나 벨트, 내의주머니 등에 넣고 다니기에 활동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하셨다. 미세하고 짧은 바늘이 인슐린을 개인에 맞게 적절히 공급해 줌으로 정상인과 같이 먹고 운동하고 치료효과까지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난 고 목사님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입원을 했고 10여일간 상세하게 나의 당뇨상태를 체크하고 인슐린펌프사용법 교육을 받았다.
퇴원 후 나와 함께 지내게 된 인슐린펌프는 정말 놀라운 기계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힘들었던 눈의 고통이 점점 해소되면서 제대로 먹지 못했던 음식을 마음껏 먹으니 살이 다시 올라 예전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었다. 힘들다던 눈수술도 잘 마칠 수 있었고 예전의 컨디션을 이렇게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인슐린펌프의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아직도 심한 당뇨환자이면서도 인슐린펌프 착용을 꺼리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분들에게 하루 빨리 이 방법을 쓰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제품을 개발하고 환자를 깊은 사랑으로 대해 주시는 최수봉 박사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또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선교와 나눔에도 앞장서시고 목회자들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시는 부분도 특별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뇨로 실명 위기 이제 눈 고통서 해방”… 은혜의집 前 원장 김옥남 목사 인슐린펌프 체험기
입력 2016-03-21 19:29 수정 2016-03-21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