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재미있는 리스트를 발견했다. 이름하여 ‘과히 매력적이지 않은데도 성공한 배우들(Successful Actors Who Aren’t Very Attractive)’. ‘매력’과 ‘성공’의 정의도 규정하지 않은데다 과학적 여론조사 같은 방법을 동원한 것도 아닌 만큼 객관적인 자료는 아니다. 그러나 그 면면을 훑어보면 직관적인, 인상적인 느낌상 그럴싸하기는 하다.
사실 ‘매력’이라는 것은 잘생긴 것과 다르다. 연기력과도 별개다. 못생겼더라도, 또 연기력과 상관없이 매력은 있을 수 있다. 더스틴 호프먼을 보라. 그는 누가 봐도 잘생긴 배우가 아니다. 작은 키에 스타일도, 섹스어필도 없다. 그래도 그가 매력이 없다고는 누구도 말 못한다.
리스트에서 우선 “과연” 하고 눈에 띄는 이름이 애드리언 브로디다. ‘피아니스트(2002)’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29세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 ‘성공한’ 배우는 그러나 전혀 매력적인 구석이 없다. 본인도 이를 의식한 듯 이후 출연작들을 통해 새로운 매력 포인트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고인이 된 필립 시모어 호프먼도, 제프리 러쉬와 새뮤얼 L 잭슨도 이 리스트에 올라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밖에 스티브 부세미, 빌 머레이, 세스 로건 역시 리스트에 등재된 인물로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해하기 힘든 이름들도 있다. 먼저 잭 니콜슨. 내세울 거라고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뿐이지만 ‘악마를 닮은’ 미소의 매력만 해도 따라올 이가 없다. 윌렘 데포, 미키 루크, 그리고 로완 앳킨슨도 리스트에 들어 있지만 이상하다. 특히 ‘미스터 빈’ 앳킨슨은 수많은 코미디 배우 중에서도 대단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당연히 리스트에 낄 만하다고 생각한 배우가 매력이 있다고 주장할 사람도, 반면 어떻게 그런 리스트에 올랐을까 하고 의아해한 배우가 과연 매력이 없다고 고개를 끄덕일 사람도 분명히 있을 터이니, ‘세상은 요지경’이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61) 매력 없는 스타들
입력 2016-03-14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