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도시하천 정비사업은 주로 운송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홍수를 막는 등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들 도시하천 정비사업의 목적은 시민 삶의 질 향상이나 경제 발전 등 다양하다. 친수(親水)형 도시를 조성해 도심지 주택 수요를 분산한 스웨덴 함마르비 사례가 있는가 하면, 강을 관광자원화해 도시 이미지를 바꾼 프랑스 파리와 같은 예도 있다. 미국 피츠버그는 정비사업을 통해 바이오산업과 녹색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폐기물 매립지에서 생태친화적 도시로=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약 6㎞ 떨어진 함마르비는 한때 수도권 외곽 공업지역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스웨덴에서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 경쟁력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남은 건 항만 처리시설과 폐기물 매립장뿐이었다. 환경오염은 심각한 상태였고, 각종 설비가 노후화돼 도시 기능이 계속 저하됐다. 고민에 빠진 스웨덴 정부는 1996년 이곳에 2004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선수촌 건설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뒤 친환경 생태복합도시 개발로 방향을 돌렸다.
함마르비 친환경 생태복합도시 개발사업의 핵심은 친수형 도시 조성이었다. 함마르비는 호수와 강으로 둘러싸인 도시여서 이를 십분 활용한 것이다. 수변 공간에 주거시설뿐 아니라 공원, 시청사, 궁전 등 다양한 시설을 지었다. 건축물 높이를 규제해 아늑한 수변 경관을 보호하기도 했다. 특히 다른 수변 정비사업과 다르게 강·호수 주변만 개선한 게 아니라 강과 호수에서 물을 끌어다가 도시 사이사이를 흐르게 했다. 주거 단지는 물을 중심으로 배치해 시민들에게 마치 공원 속에 사는 느낌을 줬다. 함마르비 재정비 사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내년 완공이 목표다.
◇도시의 최고 관광자원은 강=프랑스 파리 센강은 여행자에게 언제나 낭만의 상징이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변에서 즐길 거리는 충분치 않았다. 파리시가 60년대부터 강둑을 도로로 정비하고, 강 위로 다리를 지으면서 센강 주변이 자동차 중심 도로화가 됐기 때문이다.
센강 변이 바뀐 계기는 2010년 기획된 ‘브르주 드 라 센’(Berges de la Seine)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센강 변을 사람에게’다. 시청 방향 강둑 1.5㎞는 자동차 서행 구간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편안히 산책할 수 있게 했고, 건너편 2.3㎞는 100% 도보 구간으로 정비했다. 또 다리를 뻗고 앉을 수 있는 의자, 수면실, 쿠션 등 휴식공간을 강변에 조성했다. 즐길 거리도 충분해졌다. 인공 해변과 수영장뿐 아니라 3∼10세가 즐길 수 있는 암벽 등반, 100m 단거리 질주코스가 마련됐다. 주말에는 운동 코치들이 나와 요가, 복싱 수업 등을 진행한다. 센강 변의 변화 덕분에 파리는 더욱 활력 넘치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호주 브리즈번도 강을 관광자원화한 사례다. 2011년 브리즈번시 경제발전방향위원회는 ‘브리즈번의 독특한 기회의 창’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관광·여가·오락을 통한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브리즈번강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2013년 브리즈번시는 브리즈번 강변 계획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강변에 도심 공공 수영장을 만들고, 어반 플라잉 폭스(Urban Flying Fox) 같은 도심 어드벤처 활동 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획이다.
◇경제 발전의 계기로 강을 활용하기도=수변 공간 정화 사업을 한 도시 중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도시는 미국 피츠버그다. 제철산업의 발달과 함께 ‘철강의 도시’로 불렸던 피츠버그는 60년대 이후 철강산업의 쇠퇴와 함께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최첨단 바이오산업과 녹색산업 중심 도시로 떠오르고 있으며, 2010년 포브스는 피츠버그를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했다. 이런 변화의 핵심에는 수변 공간 재생 사업이 있다.
피츠버그는 지리적으로 두 개의 강줄기가 만나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철강산업이 쇠퇴한 이후 강변은 누구의 관리도 없이 낡아가기만 했다. 수변 경관 정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고, 99년 시민·도시계획가·자영업자 등으로 구성된 리버라이프 태스크포스(Riverlife Task Force)가 발족돼 수변 공원화 사업이 진행됐다. 피츠버그 북쪽을 흐르는 앨러게니강을 따라 연결된 약 10.32㎞의 화물철도 구간을 없애고 자전거·차량·경전철이 지나갈 수 있는 도로를 만들었다. 또 수변 지역에 공원, 레저시설, 스포츠 경기장을 지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월드 이슈] 글로벌 도시들, 강변에 살어리랏다
입력 2016-03-2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