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부모, 뻔뻔히 알리바이 조작했다… 자식 죽여 놓고 “아이 잘 있지?” 거짓 문자 교환

입력 2016-03-13 21:21
경기도 평택 실종 예비 초등생 신원영군의 장례식이 13일 충남 천안시 천안추모공원화장장에서 치러졌다. 신군의 친모 A씨(39·오른쪽)와 할머니(오른쪽 두 번째) 등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계모가 길가에 버렸다던 평택의 실종 아동 신원영(7)군의 시신이 지난 12일 할아버지 묘소 근처에 암매장된 채로 발견됐다.

원영이는 화장실에 3개월 동안 감금당하는 등 친아버지의 방관 속에 계모로부터 갖은 학대와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지난달 2일 숨을 거뒀다. 그러나 계모와 친부는 뉘우치기는커녕 처벌을 피하고자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평택경찰서는 13일 계모 김모(38)씨를 불러 살인의 의도가 있었는지, 친부 신모(38)씨와 공모 여부 등에 대해 추가 조사했다고 밝혔다.

◇3개월간 화장실에 가두고 학대=김씨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 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원영이를 집안 화장실에 가뒀다. 감금 초기 원영이가 ‘화장실에 있기 싫다’며 나오려 하자 김씨는 심하게 때렸고 이후 원영이는 나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김씨는 화장실 바닥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원영이를 폭행했고 피하려다 원영이가 바닥에 넘어지면서 변기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졌지만 붕대만 감아주고 방치했다.

김씨는 사망하기 6일 전쯤에는 원영이가 소변을 변기 밖으로 흘렸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리고 온몸에 락스를 붓기도 했다. 원영이는 그 후유증으로 하루 한 끼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난달 1일 오후 1시쯤에는 입고 있던 옷에 대변을 보았다는 이유로 옷을 벗기고 샤워기로 온몸에 찬물을 뿌렸다. 원영이는 다음 날 오전 9시3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신씨는 원영이가 학대를 당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제지하지 않았다.

김씨와 신씨는 숨진 원영이를 이불에 싸서 10일 동안 세탁실에 방치하다가 12일 오후 11시55분쯤 평택 청북면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알리바이 조작, 범행 은폐 시도=김씨와 신씨는 원영이가 숨진 후 거짓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범행을 은폐했다. 신씨는 원영이가 숨진 다음 날인 지난달 3일 김씨에게 “여보 밥 먹었어?”라고 묻고 김씨는 “네. 나는 비빔밥, 원영이는 칼국수 시켜서 같이 먹었어요”라고 답해 원영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같은 날 신씨는 “원영이 잘 있지?”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김씨는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다”는 문자를 남겼다. 원영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책가방과 신발주머니 등을 사놓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차에서 원영이를 강원도 지인에게 보낸 것처럼 위장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눠 블랙박스에 대화내용을 저장하기도 했다.

원영이가 입학하지 않자 초등학교 교사가 신고해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4일에는 원영이가 실종됐고 신씨가 열심히 찾고 있는 것처럼 조작하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신씨는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뒤에도 다른 여성 유치인에게 “밖에 상황이 어떠냐”며 사건이 어디까지 드러났는지를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살인죄 적용 여부 검토=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씨와 신씨에게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장기간 폭행과 찬물 세례로 인한 저체온증, 영양실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에 따른 것이다. 평택=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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