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축복? 재앙?… 공생의 길 걸어야

입력 2016-03-13 21:38

인간 vs 기계.

기계는 인간이 만들어 사용하다 버리면 되는 거였다. 산업혁명 이후 300년 넘게 유지돼온 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의 등장으로 인류에게 ‘기계와의 공생(共生)’을 고민해야 할 시간이 닥쳐왔다. AI 알파고가 이세돌(33) 바둑 9단에게 3승1패를 거두면서 인간과 기계의 경쟁구도가 설정됐다. 만류 영장이던 인간은 더 ‘우월한’ 존재의 출현 가능성을 목격했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단순한 반복 작업의 제조업 분야에서 활약하더니 최근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의료, 금융, 국방 등의 분야에도 진출했다. 조만간 화이트칼라 노동력을 대신하게 되리란 예상도 나온다.

AI는 마지막까지 인간의 영역일 거라던 창작 활동도 해내고 있다. 구글의 AI 프로그램 ‘딥드림’이 그린 추상화 29점은 지난달 각각 2200∼8000달러에 팔렸고, 미국 예일대의 AI ‘쿨리타’는 음계를 조합해 곡을 썼다.

사고를 통해 추론하고 감각 기능까지 습득한 AI가 인간 영역으로 침투하면서 AI와 사랑을 나누거나 갈등하거나, 그 지시를 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새로운 사회혁명, 즉 산업혁명보다 훨씬 폭발력이 큰 ‘AI 혁명’이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다.

산업과 실생활 곳곳에서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가 인류에게 도움을 주리란 관측에는 이의가 없다. 동시에 AI와의 경쟁에서 인간이 도태되는,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공포를 준다. 알파고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며 진화를 거듭할 경우 결국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인간이 능력을 부여한다면 AI도 판단부터 행동까지 모두 할 수 있다”며 “판단의 최종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기계가 판단 능력을 갖게 될 경우 인간의 판단에 순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충돌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AI와 공존하는 사회의 큰 그림을 그려둬야 하며, 그 작업이 이제 시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는 “AI가 사회에 들어오면 법·제도·사회체제 등이 다 바뀔 수밖에 없다. 이것은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그는 “먼저 기존 법체계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경우 이를 통제할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환경의 윤리처럼 ‘로봇 윤리’가 생겨날 것이다. 이제 인문학적 연구를 통해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강창욱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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