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4차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알파고에 내리 3연패를 당하고 첫 승리를 거둔 이 9단은 “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 받은 건 처음인 것 같다. 만일 3승을 하다가 한 판을 졌다면 아프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이어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수월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의 능력이 부족했다. 그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고 불공정 대국 논란을 일축했다.
이 9단은 ‘신의 한 수’가 된 78수에 대해선 “그 장면에서는 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수는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었던 수인데 칭찬받아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3연패의) 충격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씀을 못 드린다”며 “그러나 대국을 중단시킬 만한 상태는 아니었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아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즐겁게 바둑을 뒀기 때문에 내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 이기면서 스트레스도 날아갔다”고 현재의 심경을 전했다.
이 9단은 ‘알파고의 실수로 얻은 승리인가’라는 질문에 “알파고가 노출시킨 약점은 두 가지”라며 “백보다는 흑을 잡았을 때 더 어려워한다. 또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가 나왔을 때 일종의 버그 형태로 몇 수를 뒀다. 이럴 경우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 9단은 “5국에서는 내가 흑을 쥐고 치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것이 더 가치 있는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5국에서는 이 9단이 흑으로, 알파고는 백으로 진행한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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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세돌 9단 “값어치 매길 수 없는 1승… 신의 수? 다른 수 안보였다”
입력 2016-03-13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