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바둑 9단이 13일 인공지능(AI) 알파고에 3연패 끝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발전을 거듭하는 인공지능이 미래 대다수 직업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엘리트 직업군으로 꼽히는 법조계도 예외는 아니다. 법률 분석 서비스, 증거 수집, 범죄자 신문 등 다양한 법조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13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지능형 로봇기술과 형사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수사·교정·보호관찰 등은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 영역으로 꼽힌다. 증거 수집, 범죄자 검거에 지능형 무인자동차나 드론을 활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州) 형사청은 드론을 영장이 필요 없는 교통사고 현장 등에 투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테스트를 진행해 왔다.
◇알파고처럼…범죄자 행동 읽는다?=인공지능이 발달하면 현행범의 사후행동이나 도주방향을 예측하는 드론이 수사에 투입될 수 있다. 범죄 현장에서 각종 센서를 통해 단서를 발견하고, 증거를 빅데이터와 교차 분석해 가능성이 높은 경로를 예측하는 식이다. 바이에른주 형사청은 기존 범죄 데이터를 활용한 범죄예측 프로그램 ‘PRECOPS’를 지난해 도입했다. 피의자 진술을 분석해 신빙성을 판단하는 로봇을 신문 과정에 사용할 수도 있다.
변호사 고유 영역으로 꼽혔던 법률 서비스 시장에도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있다. 미국 법률 자문회사 로스인텔리전스는 IBM 인공지능 ‘왓슨’을 기반으로 대화형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왓슨은 1초에 80조번 연산을 하고, 책 100만권 분량의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방대한 양의 법률 자료를 분석하는 인공지능이 판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옥스퍼드대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2013년 논문에서 ‘판사 직업군이 컴퓨터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가능성은 40% 정도 된다’고 했다.
◇법조계 “인간만이 가능한 영역 있다”=법조계에서는 인공지능 발달에 ‘우려’와 ‘기대감’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아직까지는 인간의 우위를 예상하는 의견이 많다. 법률적 판단에 단순히 계산과 분석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형사사건의 경우 피고인 진술과 사실관계를 종합해 참·거짓을 가려내야 한다”며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 계산이 빠르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판례에서 벗어난 새로운 의미가 담긴 판결을 인공지능에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평검사는 “증거들을 로봇이 받아낼 수는 있다”면서도 “결국 수사는 사람을 인간 대 인간으로 설득해 진술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법률 분석은 로봇이 할 수 있더라도, 불안해하는 의뢰인을 안심시키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인에 대한 양형 등은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전관예우나 온정적 판결 등의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로봇 검사·AI 판사 나오나… 법조계 우려·기대 교차
입력 2016-03-1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