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간이식팀의 수술기법을 배우고 있어요. 미국에 돌아가면 이곳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을 환자 치료에 활용할 겁니다.”
바바라 커쉬너(36·여) 미국 미네소타의과대학병원 임상강사는 지난달부터 한 달 넘게 낯선 한국 땅에서 ‘생체 간이식’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국내외 간이식 분야를 선도하는 이승규 교수의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과 숙식을 함께하며 첨단 기술을 전수받는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11월 미네소타의대와 ‘장기이식과 줄기세포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매년 2, 3명 의학자를 파견할 테니 장기이식술을 가르쳐 달라며 미네소타의대가 먼저 문을 두드렸다. 우리 정부와 아산병원은 2년간 18억원 무상지원을 약속했고, 이 공동연구에 ‘아밋(AMIT) 프로젝트’란 이름을 붙였다.
미네소타의대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미국 정부가 시행한 무상원조 프로그램 ‘미네소타 프로젝트’의 주관 교육기관이었다. 1955년부터 11년간 우리 젊은 의사와 간호사 70여명이 미국의 선진 의술을 배우러 태평양을 건너갔다. 이들은 돌아와서 우리나라 의료의 기틀을 놨다.
‘아밋 프로젝트’는 60여년 전 우리를 도운 미국에 대한 ‘보은(報恩)’의 성격과 함께 이제 미국에 의학을 가르칠 정도로 발전한 한국 의료의 수준을 보여준다. 커쉬너는 첫 수혜자가 되는 행운을 얻었다.
커쉬너는 “당시는 태어나기 전이라 잘 알지 못하지만 알고 지내는 한국 의사로부터 미네소타 프로젝트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면서 “지금은 한국 의료기술이 미국과 견줄 정도로 발전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장기이식 전문의라면 누구나 아산병원 간이식팀의 수술을 참관하고 싶어 한다. 좋은 기회를 얻게 돼 큰 행운”이라며 웃었다.
커쉬너는 하루 6, 7건 생체 간이식 수술에 참여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간 조각을 한 명에게 옮겨 심는 ‘2대 1 생체 간이식’과 ‘간암절제술’은 미국에서 거의 하지 않는 기술이라 관심이 크다.
아산병원은 지금까지 4000례 넘는 생체 간이식 기록을 갖고 있다. 2000년 3월 세계 최초로 ‘2대 1 간이식’에 성공한 뒤 지난해 세계 최다인 425례를 달성했다. 커쉬너는 “뇌사자 장기이식을 주로 해온 미국에서 생체 간이식이 활성화된다면 보다 많은 환자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커쉬너는 환자 치료를 위한 의료진의 헌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장시간 수술은 물론 환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자정까지 일하는 모습이 생소하다고 했다. 그는 “도무지 지치는 법이 없다. 수련을 마친 전문의, 심지어 교수들까지 그렇게 생활하는 것은 미국에선 매우 보기 드물다”고 귀띔했다. 이승규 교수는 “60년 전 우리가 의술을 배웠던 미국이 이제는 한국에 간이식 수술법을 배우러 오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커쉬너 미네소타의대 임상강사 “한국서 배운 첨단 간이식 시술법, 美 환자 치료에 활용”
입력 2016-03-13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