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승 못한 IT업계 “그래도 역사적 이정표”

입력 2016-03-13 20:13
3연승 뒤에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처음 패하자 IT 업계의 축제 분위기는 다소 수그러들었다. 인공지능(AI)에 무기력하게 패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불과 며칠 만에 알파고의 패턴을 분석해 이 9단이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3연승 동안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의 단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날 패배로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구글은 이날 패배로 완승 분위기는 이어가지 못했지만 5전 3선승제의 대결에서는 이미 승리를 거둔 만큼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구글은 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이번 대국에 총출동하며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세 번째 대국이 열린 지난 12일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대국을 관람했다. 브린이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린 CEO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바둑의 아름다움을 접목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대학원생일 때는 인터넷이 최대 관심사였는데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이라며 “해마다 발전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알파고의 3승 소식을 알리며 “AI 연구에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운 구글 딥마인드에 축하를 보낸다”면서 “우리는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와 이 9단의 대국이 ‘불공정 게임’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신경망 학습 알고리즘이 하드웨어 사양보다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알파고는 단일 컴퓨터로 구동되는 ‘싱글 버전’과 네트워크에 연결된 여러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분산 버전’ 두 가지가 있다. 이번 대국에서는 분산 버전을 사용했다. 단일 버전이 아닌 분산 버전을 사용한 것이 혼자서 대국에 나선 이 9단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분산 버전과 단일 버전이 대국을 할 경우 분산 버전의 승률이 75%로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사비스는 “판후이 2단과 대국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분산 버전을 사용했다”면서 “수확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 때문에 분산 버전의 컴퓨터 숫자를 늘린다고 무작정 결과가 좋아지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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