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갇힌 열여섯 살 소녀는 처음 보는 약을 밥 먹듯 삼켜야 했다. 매일 끔찍한 밤이 시작될 때마다 남자가 보는 앞에서 강제로 먹어야 했다. “한 달에 한 상자꼴이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팔려갈 때면 약 상자도 함께 딸려왔어요.” 삼키던 알약이 피임약임을 깨달은 건 납치된 지 한 달이 지나서였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성노예 여성들의 임신을 막기 위해 경구피임약을 먹게 하거나 피임 주사제를 투여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고발했다. NYT는 IS에 붙잡혔다가 탈출한 기독교계 소수 민족인 야지디족 여성 37명을 인터뷰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IS는 2014년 이라크 내 야지디족 거주지를 점령하면서 약 2000명에 이르는 여성을 성노예로 붙잡아갔다.
IS가 신봉하는 이슬람 율법은 임신한 여성과 성관계를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IS 조직원들은 성노예 여성들에게 물리적, 화학적 피임을 강요하고 있다. 또 주기적으로 임신 여부를 검사하는가 하면 강제 낙태를 시키기도 한다. 임신할 경우 성노예 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IS에서 탈출해 이라크 북부의 유엔 산하 진료소를 찾은 야지디족 성노예 피해 여성 700명 중 5%만이 임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노예 피해 여성들의 검진을 맡은 이라크 보건부의 네자르 이스멧 타이브 박사는 “젊은 여성이 성관계할 때의 통상적인 임신비율인 20∼25%에 비해 5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수치로 강제 피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NYT는 “현대 여성의 권익 향상에 기여해온 피임을 IS가 악용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IS 성노예 여성들 강제낙태·피임 일상화
입력 2016-03-13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