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묻지마 투자 금물… 상품별 수수료 따져봐야

입력 2016-03-13 20:17

한 계좌에 여러 금융상품을 담아 투자하면서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부터 은행·증권·보험사 등 33개 금융사(총 37개사)에서 판매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제외한 근로자와 자영업자 및 농어민이면 가입할 수 있고, 다양한 투자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운용수수료가 붙는 데다 편입 상품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입하기 전 꼼꼼한 비교가 필요하다.

◇절세 혜택과 운용수수료 같이 봐야=ISA의 최대 장점은 세금 혜택이다. 예를 들어 2개 상품을 편입해 한 상품은 300만원 이익이 났고, 다른 상품은 90만원 손실을 봤다고 가정하자. 기존에는 이익을 본 300만원에 대해 15.4%에 해당하는 46만2000원을 세금으로 냈다. 하지만 ISA의 경우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210만원이 세금부과 대상이 된다. 200만원까지는 비과세이기 때문에 10만원에 대해 기존보다 낮은 세율 9.9%를 곱해 9900원만 세금을 낸다.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순익 250만원까지 비과세)라면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다.

절세효과가 크지만 문제는 운용수수료와 원금 손실 여부다. 금융사들이 서로 눈치보기를 하다 최근에야 수수료를 결정한 탓에 지금까지는 절세효과 위주로만 홍보된 측면이 있다. 신탁형(투자자가 직접 편입상품과 투자규모를 선택)부터 출시하는 은행들은 예·적금 0.1%, 펀드 0.2%, 주가연계증권(ELS) 0.7% 등 상품별 차등 수수료(연간 기준)를 부과할 계획이다. 저위험 상품은 수수료가 낮고, 위험도가 클수록 수수료도 높다. 가령 1000만원을 예금 500만원, ELS 500만원으로 나눠 투자한다면 연간 수수료를 4만원 떼서 비과세 혜택이 그만큼 줄어든다.

증권사들은 신탁형 ISA에 0.1∼0.3%의 수수료를 받고, 펀드를 편입하면 또 판매보수를 별도로 받는다. 일임형(금융사가 제시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골라 투자) ISA의 경우 초저위험(0.1∼0.3%) 저위험(0.2∼0.4%) 중위험(0.5∼0.6%) 고위험(0.5∼0.7%) 초고위험(0.8∼1.0%) 등 위험 성향에 따라 수수료가 다르다.

◇성급히 가입하기보다 본인 투자성향과 목표수익을 따져라=위험도가 낮은 예·적금과 채권형 펀드에만 투자하면 이익이 크지 않다.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파생상품에 투자해 절세효과를 극대화해야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사들도 최근 원금 손실로 논란이 됐던 ELS보다 원금 보장형 ELB(파생결합사채)나 환매조건부채권(RP)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외 주식·채권·상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인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도 ISA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ETF와 ETN은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으며, 해외주식·선물·채권·원자재 등 개인이 쉽게 투자하기 어려운 종목들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무납입 기간이 있다. 일반형은 5년이며,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 15∼29세 청년은 의무납입 기간이 3년이다. 이 기간에는 수익이 났다고 돈을 빼면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목돈이 오랜 기간 묶이고, 만기 전 이익이 났더라도 만기가 됐을 때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금융 당국은 출시 3개월 후인 6월 중순부터 일임형 상품 위주로 ISA 수익률 등을 비교·공시할 방침이다.

ISA에 가입하려면 은행·증권사 등 취급 금융사를 방문해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소득금액증명원처럼 소득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이후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ISA 계좌를 개설한 후 신탁형과 일임형 상품을 고른다.

신탁형의 경우 원칙적으로 고객이 직접 상품을 골라야 하지만 고객 요청에 따라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금융사에서 자문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망과 프라이빗뱅킹(PB)에 강점이 있는 은행에서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증권사에서 먼저 출시하는 일임형은 고객 투자 성향에 따라 모델 포트폴리오가 제시된다. 투자 경험이 풍부한 증권사가 고객의 지시가 없어도 분기별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투자할 수 있다.

백상진 천지우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