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아버지 죽인 패륜… 시신 13일 방치하다 암매장도

입력 2016-03-13 20:26 수정 2016-03-13 21:19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30대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체포됐다.

경기도 시흥경찰서는 아버지(61·시각장애 1급)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아들 이모(37)씨와 범행을 도운 어머니 조모(61)씨를 존속살해 및 사체 유기 등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1월 13일 오후 6시쯤 시흥 집에서 술에 취한 아버지가 자신에게 “쓰레기”라고 욕을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벽에 밀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숨진 아버지를 비닐에 싸 이불로 덮은 뒤 농가주택 창고방에 13일 동안 방치해뒀다가 같은 달 26일 오전 2시쯤 어머니와 함께 시흥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조씨는 이어 같은 날 오후 4시쯤 112로 전화를 걸어 “남편이 14일 강원도로 여행 간다고 나간 뒤 들어오지 않는다”며 미귀가 신고를 했다.

경찰은 주변인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하던 중 “최근 10년간 여행을 다닌 적이 없다”는 증언을 확보, 조씨의 진술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보고 단순 미귀가 사건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조씨가 이달 초 이웃들에게 “남편이 사망했다”는 소문을 내고 다닌 점에 주목, 3월 이전까지 조씨 집 주변의 CCTV를 훑었고 1월 26일 새벽 조씨 집 근처에 승용차 1대가 들락거린 모습을 포착했다.

경찰은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이씨가 차량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12일 조씨 집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안방 문틈과 시신이 있던 창고방, 과도 등에서 숨진 이씨의 혈흔반응이 나오자 조씨를 긴급체포했고 13일 새벽 부천의 한 만화방에 있던 아들 이씨도 체포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아버지를 한 차례 밀었을 뿐인데 벽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고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경찰의 의뢰를 받아 이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아들 이씨와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시흥=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