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혼내주라” 부추긴 트럼프, 난장판 된 유세장

입력 2016-03-13 20:36 수정 2016-03-13 23: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오른쪽)가 12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밴달리아에서 유세를 하는 동안 단상 뒤쪽에서 한 남성이 난입하자 비밀경호국(USSS) 요원이 트럼프를 보호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후보 유세장인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I-X 아레나에서 12일(현지시간) 트럼프 후보 지지자와 반대자가 멱살을 잡고 싸우고 있다. 전날 시카고의 일리노이 대학에서 열린 유세에서 흑인 반대자가 트럼프 이름이 적힌 유인물을 찢어 보이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지난 9일 트럼프의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 유세 때 ‘증오를 멈추라’고 적힌 셔츠를 입은 반대자들이 유세장에서 끌려 나가는 모습. AP뉴시스
전날 시카고의 일리노이 대학에서 열린 유세에서 흑인 반대자가 트럼프 이름이 적힌 유인물을 찢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9일 트럼프의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 유세 때 ‘증오를 멈추라’고 적힌 셔츠를 입은 반대자들이 유세장에서 끌려 나가는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장이 폭력사태로 얼룩졌다. 특히 지난 11일(현지시간)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에서는 반대파와 지지파가 주먹다짐을 벌이면서 유세가 취소됐다. 트럼프는 다음 날인 12일 데이튼 공항에서 유세를 재개했지만, 한 청중이 트럼프의 등 뒤에서 연단으로 돌진하는 바람에 연설이 일시 중단되는 등 그가 가는 유세장마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세장 폭력이 ‘미니 슈퍼 화요일’(15일)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12일 워싱턴DC와 와이오밍주의 경선은 각각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승리하면서 트럼프의 완패로 끝났다.

트럼프 유세장의 물리적 충돌은 일리노이 대학에서 시작됐다. 유세 당일 트럼프가 도착하기 전부터 행사장에 몰려든 반대파 학생 수백명이 야유를 퍼부었고, 이에 항의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개입하면서 곧바로 진정됐지만, 트럼프는 유세를 취소했다. 학생들은 “트럼프를 저지했다”며 환호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5명을 체포했다.

같은 날 세인트루이스 피바디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트럼프 반대파와 지지파 간 충돌이 빚어져 31명이 체포됐다. 클리블랜드 유세장에서는 트럼프에 항의하던 시위자들이 퇴장당했다.

트럼프는 12일 오하이오 데이튼 공항에서 유세를 강행했으나 괴한 1명이 차단막을 뛰어넘어 연단으로 돌진하자 깜짝 놀라 연설을 중단했다. 경호원들이 즉각 무대로 뛰어올라 그를 에워쌌으나 괴한이 끌려 나가자 트럼프는 연설을 재개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연단으로 돌진한 남성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관련된 인물이라며 감옥에 갇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캔자스시티 유세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두 차례 살포하기도 했다.

당내 경쟁자들은 일제히 트럼프가 폭력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비난했다. 실제 트럼프는 그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거칠게 다룰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 2월 초 아이오와 유세 때 시위대의 방해가 이어지자 지지자들에게 소송비용을 책임질 테니 시위대를 깨부수라고 격려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공화당과 미국을 극심하게 분열시키고 있다”며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된다면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도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그를 지지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폭력시위가 빚어진 뒤 처음 열린 12일 공화당 지역별 경선에서는 트럼프가 완패했다. 워싱턴DC에서는 루비오 의원이 37.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면서 대의원 10명을 확보했다. 반면 트럼프는 13.8%에 그쳐 3위로 추락했고, 대의원은 한 명도 건지지 못했다. 와이오밍주에서는 크루즈 의원이 66.3%의 득표율로 1위를 하면서 대의원 9명을 확보했다. 트럼프는 7.2%에 그쳐 역시 3위로 떨어졌고 대의원은 딱 한 명 배정받았다.

이날 경선을 치른 곳은 대의원 규모가 작은 지역들이어서 트럼프의 선두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유세장 폭력으로 불거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트럼프의 지지도 추락으로 이어질지, 반대로 트럼프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편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15일 경선이 치러지는 플로리다와 일리노이에서 트럼프가 각각 43%와 34% 지지율로 선두를 달린 반면 오하이오에서는 이 지역 주지사 출신인 케이식 후보가 39%로 1위를 차지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