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재건축 포문… 서울 아파트값 꿈틀

입력 2016-03-14 04:01

향후 서울의 부촌(富村) 지도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 사업이 다음 주 첫 분양에 나선다. 2020년까지 총 1만5000여 가구의 물량이 공급돼 미니신도시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는 강남 재건축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개포 분양성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포지구는 1980년대 정부가 집값 안정을 목표로 조성한 아파트촌이다. 1982년 처음 입주를 시작한 뒤 강남이라는 입지에 힘입어 대표적인 부자동네로 거듭났지만 노후 상태가 심해지자 2000년대 들어 재건축 사업이 추진됐다.

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10일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분양가를 3.3㎡당 3760만원으로 결정했다. 조합은 시공사 삼성물산과 함께 주택형·층수별 세부 분양가를 확정한 뒤 지방자치단체에 분양승인을 신청하게 된다.

3760만원은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개포지구 첫 재건축 단지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3.3㎡당 4000만원 넘는 분양가격이 책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분양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가격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개포주공 2단지의 분양가는 그동안 개포 재건축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다. 앞으로 공급되는 단지들의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하는 THE H(디에이치)는 오는 6월 공급될 계획이다. 개포시영아파트는 내년 상반기 분양 예정이고, 개포주공 4단지는 올해 안으로 이주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인근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의 분양이 대체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포주공 2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3일 “개포는 강남구에 속해 있고 녹지가 풍부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강남 중심권에서 다소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저평가됐었다”며 “수십년간 새 아파트 공급이 없었기 때문에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3760만원에 대해서는 “입지와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보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개포 재건축 사업에 시동이 걸리면서 서울 아파트값도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지난해 연말부터 내리 보합세를 보이던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3월 2주차 기준으로 11주 만에 0.02% 상승했다. 이 중에서 재건축 아파트가 0.11%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개포주공 1·4단지는 최고 3750만원 오르면서 전주 대비 0.15% 뛰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