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G5는 세계 최초로 모듈 방식을 도입한 스마트폰이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걸 만들어야 했기에 LG전자 개발팀의 고민은 상당했다. 개발팀은 스마트폰 시장은 더 이상 사양 경쟁으로 승산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의 마음 사로잡기에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을 미려하게 하면서도 사용성까지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G5 디자인을 진두지휘한 김영호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디자인연구소 전문위원은 1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G5의 디자인 철학으로 ‘단순함’을 꼽았다. 김 위원은 “화려함보다는 수수하고 담백하게 만들어 오래 봐도 안 질리도록 했다”면서 “사용자에게 방해되는 요소는 최대한 단순하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G5는 그동안 G시리즈에 사용했던 후면키를 적용하지 않았다. 조영주 MC디자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듀얼 카메라, 지문인식 센서 등이 들어갔는데 후면키까지 있으니 복잡하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면서 “볼륨키와 전원 버튼을 옆으로 옮기는 게 디자인적으로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제품에 따라 뒤와 옆으로 유연하게 버튼을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디자인 정체성을 염두에 두고 찾은 해법이 모듈 방식이다. 최성우 MC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교체 방식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가 크지만 요즘 유행하는 메탈 소재를 사용하면 착탈식을 하기 어렵다”면서 “풀메탈 디자인에서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도록 만들자고 정해놓고 고민하다가 모듈 방식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방식으로는 양강(삼성전자, 애플)을 헤집고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옆으로 삽입하는 방식도 고려했지만, 디자인과 조화를 고려해 아래에서 밀어 넣는 식으로 확정됐다.
모듈 분리는 신뢰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찾는 데 공을 들였다. 조 선임연구원은 “초기에는 자석이 부착된 형태로 쉽게 분리되고 ‘찰칵’하는 소리도 났는데, 너무 잘 분리되니 충격에 약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는 분리하기에 조금 뻑뻑할 정도로 결정됐다. 수차례 낙하실험에서도 내구성은 검증됐다고 한다.
G5는 특이하게 배터리에도 색을 입혔다. 그는 “착탈식이다 보니 배터리를 뺄 때 사용자들이 늘 보게 된다. 배터리도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G5와 함께 출시되는 ‘프렌즈’에 들어가는 고양이 로고와 색을 맞추기 위해 화려한 색상을 택했다”고 덧붙였다.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LG전자 ‘G5’ 개발자들이 밝히는 디자인 철학 “화려함보단 담백하게… 질리지 않게 만들었다”
입력 2016-03-13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