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를 만나 위로했다.
반기문 총장은 이날 부인 유순택 여사가 동석한 가운데 길 할머니를 만나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통을 널리 알리는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윤미향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공동대표가 전했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위안부 할머니를 만난 건 처음이다. 이날 면담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환영한다는 반 총장의 성명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이에 반 총장은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환영한 것은 양국 정부의 해결 노력에 박수를 보낸 것이었는데 오해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표는 “반 총장이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내용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반 총장께서 너무 환영해줘 놀랐다”며 “유엔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자문해줬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유엔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정대협 등 30여개 국제인권단체 명의로 된 요청서를 반 총장에게 전달했다.
길 할머니는 시차 때문에 졸음이 몰려 온 탓인지, 반 총장의 환대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윤 대표는 귀띔했다. 길 할머니는 ‘반 총장으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들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못들었다”고 답했으며, 소감을 묻는 질문에 “별로 없다”고 했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반기문 총장, 위안부 피해자 첫 면담 “한·일 위안부 합의 환영은 오해… 양국 노력 평가한 것”
입력 2016-03-13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