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위안부 피해자 첫 면담 “한·일 위안부 합의 환영은 오해… 양국 노력 평가한 것”

입력 2016-03-13 19:2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가운데)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를 만나 위로했다.

반기문 총장은 이날 부인 유순택 여사가 동석한 가운데 길 할머니를 만나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통을 널리 알리는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윤미향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공동대표가 전했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위안부 할머니를 만난 건 처음이다. 이날 면담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환영한다는 반 총장의 성명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관심을 끌었다.

이에 반 총장은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환영한 것은 양국 정부의 해결 노력에 박수를 보낸 것이었는데 오해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표는 “반 총장이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내용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반 총장께서 너무 환영해줘 놀랐다”며 “유엔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자문해줬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유엔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정대협 등 30여개 국제인권단체 명의로 된 요청서를 반 총장에게 전달했다.

길 할머니는 시차 때문에 졸음이 몰려 온 탓인지, 반 총장의 환대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윤 대표는 귀띔했다. 길 할머니는 ‘반 총장으로부터 원하는 답변을 들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못들었다”고 답했으며, 소감을 묻는 질문에 “별로 없다”고 했다.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