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할머니의 조끼

입력 2016-03-13 18:49

할머니 집사님은 오래전 외손녀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어린 손녀와 함께하는 하루는 힘들었지만 손녀의 웃음에 할머니는 피로를 잊었습니다. 손녀를 안고 있을 때 할머니는 항상 조끼를 입고 있었습니다. 난방이 부실했던 시골 살림이라 조끼라도 입어야 추위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손녀는 할머니 조끼에 달린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잠을 청했습니다. 그 버릇이 오래 오래 손녀의 기억에 남았습니다. 할머니 품에서 자란 손녀는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계신 지방대학에 입학해 할머니와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손녀는 성인이 되었음에도 할머니에게서 나는 냄새가 좋다며 할머니의 조끼를 품에 안고 잠을 청했습니다. 이제 할머니의 조끼는 색깔도 변했고 단추도 너덜너덜해졌습니다. 그러나 다 낡아 해진 조끼는 지금도 할머니와 손녀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사랑의 끈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품 안에 있어야 행복합니다. 할머니 품에서 성장했던 손녀가 할머니의 품을 잊지 않고 그리워하며 안정을 찾듯이 우리 그리스도인도 항상 주님의 품에 있기를 소원해야 합니다. 사순절에 주님의 사랑을 느끼며 고난의 발자취를 밟는다면 주님이 내 안에 계심을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일성 목사(군산 풍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