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병은 어릴 때 예방이 최선입니다.’ 국제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이 올해 세계 콩팥의 날(3월 둘째주 목요일·올해는 10일)에 내건 표어다.
말기 신부전증은 만성 콩팥병이 악화돼 투석, 콩팥이식 외에 달리 치료할 길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말기 신부전증의 3대 원인 질환은 당뇨병(48%), 고혈압(21.2%), 사구체 신염(8.2%)이다. 당뇨병과 고혈압 비중이 꾸준히 늘고, 사구체신염에 의한 만성 콩팥병은 점차 감소 추세다. 인구 고령화와 대사증후군 증가에 따른 변화다.
그렇다고 사구체신염을 경시해선 절대 안 된다. 사구체신염에 의한 말기 신부전증 환자가 아직도 매년 6600여 명씩 발생하고, 대부분 소아청소년기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집단소변검사를 실시 중이다. 문제는 이 검사에서 단백뇨 등 이상 소견이 나와도 신장내과 전문의의 정밀검사나 대학병원 진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전체의 약 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콩팥 정밀검사는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로 이뤄져 비교적 간단하다. 그런데도 소변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어린이의 약 95%는 정밀검사를 받지 않은 채 방치된다. 왜 그러는 것일까.
만성질환 중에서 어릴 때 조기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은 콩팥병(사구체 신염)이 거의 유일하다. 때문에 일본,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 예산을 들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변 검사를 실시하는 등 사구체신염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다.
우연한 검사에서 단백뇨를 발견한 어린이는 치료가 쉽지 않으나, 1년에 한번씩 정기검사를 받는 어린이는 단백뇨가 발견될 경우 완치 가능성이 높다. 정기검사에서 나온 단백뇨는 발생한 지 최장 1년이지만 우연히 발견된 경우엔 오래 전에 발병한 사구체신염이 만성화 단계에 접어든 탓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거나 고령자, 가족 중에 콩팥병 환자가 있는 사람은 콩팥병 발생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어린 자녀가 적극적으로 소변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이끌고, 단백뇨 등 이상이 발견되면 지체 없이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아 콩팥병 때문인지를 꼭 확인하도록 하자.
김성권(서울K내과 원장·서울대 명예교수)
[헬스 파일] 어린이 콩팥병
입력 2016-03-1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