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다가 얼렁뚱땅 봉합되는 모양새가 됐다. 하루 종일 난타전을 거듭했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비박(비박근혜)계 공관위원들은 서로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한 발씩 물러났다고 했다.
◇李 공천 발표 강행에 전운 감돌아=이 위원장이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공천 발표를 강행하면서 당내에선 전운이 감돌았다. 이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을 맹비난하며 공관위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을 배제한 채 낮 12시쯤 브리핑을 진행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둘 다 당직자고 고위직”이라며 “그런데도 선거 준비를 외면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현장은 하루가 급하다고 난리인데 둘이 참석 안 했다고 계속 미뤄야 하느냐”면서 두 사람을 배제한 채 공천심사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이 김무성 대표 측 입장에만 서서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취지의 날 선 발언도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논의한 건 발표하지 말자고 합의가 됐는데 두 사람은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했다.
오후 공관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당사로 들어오던 이 위원장과 홍 부총장이 취재진 앞에서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이 위원장이 “회의는 안 나오고 인터뷰만 하시더라”고 꼬집자 홍 부총장은 “오늘 그렇게 뵈려고 해도 ‘용안’을 뵐 수가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이 위원장은 “몇 차례나 연락했다. 우리는 바보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 위원장은 “오전에 공관위원들이 모였는데 성토대회가 열렸다. 좀 조심하라”고 했지만 홍 부총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앞서 비박계 공관위원들은 이 위원장에게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황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원장이 독불장군이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니냐”며 “독선의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홍 부총장은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이 위원장이 처음에는 ‘살생부 파문’을 들어 김 대표 (공천) 발표를 배제하더니 논란이 일자 ‘절차상 순서를 미루는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고 했다.
◇충돌 직전 가까스로 봉합됐지만…=오후 공관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선 그간 계파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관위원은 “세 시간가량 얘기를 나눴는데 좋은 사람들을 공천하는 게 목적이니까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하자면서 잘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일단 계파 간 갈등은 정면충돌 직전에 봉합된 모습이지만 부적격 현역 의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충돌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박계에선 “경선에 붙여도 떨어질 현역들을 억지로 경선에서 배제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반면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선 “야당이 물갈이에 나섰는데 전략적으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반론을 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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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1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