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공천 발표→ 비박계 반발… 파국 직전 멈춰

입력 2016-03-11 21:20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원들과 함께 공천 내분을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회선 클린공천지원단장,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뉴시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다가 얼렁뚱땅 봉합되는 모양새가 됐다. 하루 종일 난타전을 거듭했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비박(비박근혜)계 공관위원들은 서로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한 발씩 물러났다고 했다.

◇李 공천 발표 강행에 전운 감돌아=이 위원장이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공천 발표를 강행하면서 당내에선 전운이 감돌았다. 이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을 맹비난하며 공관위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을 배제한 채 낮 12시쯤 브리핑을 진행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둘 다 당직자고 고위직”이라며 “그런데도 선거 준비를 외면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현장은 하루가 급하다고 난리인데 둘이 참석 안 했다고 계속 미뤄야 하느냐”면서 두 사람을 배제한 채 공천심사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이 김무성 대표 측 입장에만 서서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취지의 날 선 발언도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논의한 건 발표하지 말자고 합의가 됐는데 두 사람은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했다.

오후 공관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당사로 들어오던 이 위원장과 홍 부총장이 취재진 앞에서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이 위원장이 “회의는 안 나오고 인터뷰만 하시더라”고 꼬집자 홍 부총장은 “오늘 그렇게 뵈려고 해도 ‘용안’을 뵐 수가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이 위원장은 “몇 차례나 연락했다. 우리는 바보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 위원장은 “오전에 공관위원들이 모였는데 성토대회가 열렸다. 좀 조심하라”고 했지만 홍 부총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앞서 비박계 공관위원들은 이 위원장에게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황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원장이 독불장군이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니냐”며 “독선의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홍 부총장은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이 위원장이 처음에는 ‘살생부 파문’을 들어 김 대표 (공천) 발표를 배제하더니 논란이 일자 ‘절차상 순서를 미루는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고 했다.

◇충돌 직전 가까스로 봉합됐지만…=오후 공관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선 그간 계파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관위원은 “세 시간가량 얘기를 나눴는데 좋은 사람들을 공천하는 게 목적이니까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하자면서 잘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일단 계파 간 갈등은 정면충돌 직전에 봉합된 모습이지만 부적격 현역 의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충돌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박계에선 “경선에 붙여도 떨어질 현역들을 억지로 경선에서 배제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반면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선 “야당이 물갈이에 나섰는데 전략적으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반론을 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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