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 탄생

입력 2016-03-11 21:10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주요 경영 성과와 올해 목표 등을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54개 주요 기업이 11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계열사 12개, 현대차를 필두로 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5개, 포스코, 신세계 등이 주총을 마무리했다. 주요 기업들은 주총을 통해 주주 권익 강화, 경영 투명성 확립 등 주주 친화적 정책들을 내놓았다. 지난해 이후 계속되는 흐름이다.

삼성 계열사는 주총에서 그동안 대표이사만 맡았던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들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를 선임했다. 삼성 계열사 중에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가 맡은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4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의 반대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전자표결까지 진행됐다. 일부 주주가 송광수 전 검찰총장 재선임과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신규 선임에 반대했고, 전자표결을 거친 끝에 사외이사에 선임될 수 있었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표결이 진행된 것은 2005년 이후 11년 만이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생존 경쟁력을 확보하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5년째 주총 의장을 맡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과거에도 경영 환경이 순조로웠던 해는 없었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올해를 ‘견실 경영체제 확립의 해’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원희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정 부회장은 2010년과 2013년에 이어 3번째로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현대차는 주총에서 주주 권익보호와 투명한 기업경영을 내용으로 하는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했다. 기업지배구조헌장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명확하게 하고, 지난해 4월 출범한 이사회 내 주주 권익보호 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사말에서 “2016년을 탄탄한 내실과 기반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포스코는 주총에서 국내 대기업 최초로 분기배당제를 도입했다. 주주가치를 높이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부채비율이 줄고 현금이 늘었다”며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숨어있는 잠재 부실까지 구조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남도영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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