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향해 ‘안보 무임승차국’이라며 이례적인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짜증나게 만든다” “한눈팔고 있었다” 등 평소와 달리 직설적 표현을 사용하며 중동·유럽의 우방들을 거침없이 비판,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잡지 ‘어틀랜틱’ 4월호 인터뷰에서 핵심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겨냥해 “무임승차자들은 나를 짜증나게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중동·유럽의 동맹국들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긴급한 국제적 위협에 대해서는 매번 부담을 회피하려는 오랜 습성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공동 작전을 통해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했던 리비아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방인 영국과 프랑스의 당시 대응을 집중 성토했다. 이들이 군사작전의 부담을 나눠 가질 것으로 믿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이는 실수였고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총리는 미국이 다 만들어놓은 판에서 프랑스의 공습작전 수행을 자랑하기에 바빴다”고 꼬집었다.
사우디 등 중동의 몇몇 동맹국들은 무임승차뿐 아니라 미국의 국익과 무관한 종파 갈등에 미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중동 어느 쪽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우디는 친구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복잡하다”고 즉답을 피하는 등 사우디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여과 없이 내비쳤다.
가디언은 영국 총리실이 “영국은 리비아의 안정된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리비아 문제가 심각하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평가를 공유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파장이 일자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캐머런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긴밀한 파트너이며 우리는 양국의 특별하고 중요한 관계를 반영하는 국가 안보 및 외교정책 목표에 대한 영국의 기여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정건희 기자
오바마, 중동·유럽 우방국에 이례적 작심발언 “英·佛·사우디, 안보 무임승차국”
입력 2016-03-11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