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도봉로 139길. 동(洞) 이름으로는 쌍문2동이다. 지난 7일 방학사거리에서 동네 어귀로 접어들자 야트막한 가정집들이 좌우로 나타났다. 한창 유행했던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의 무대가 됐던 쌍문동 거리와 흡사했다. 갈릴리교회는 그런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담임목사실’이 보였다. 담임목사실 문패 바로 밑에는 대학 교수실에서나 볼 수 있는 ‘재실’ 표찰이 붙어있었다. 담임 김영복(51) 목사는 “제 방이 교회 입구 쪽에 있어서 방문자가 많다”며 “외부로 나갈 때는 ‘외출’로 바꿔놓고 간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 목사는 올해로 부임 7년차다. 감리교신학대를 나와 1991년 미국 유학을 떠났고 이민목회를 경험했다. 2001년 귀국해 연세대(인문예술대) 교수와 교목 등을 역임했다. 교회는 지난달 창립 50주년 기념예배를 드렸다. 1966년 서울 남산에서 이주한 화재민 가정을 중심으로 시작한 기도 모임이 첫 출발이다. 이듬해 쌍문동으로 이전해 천막을 치며 예배를 드렸고, 감리교 여성지도자이자 4∼5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현숙 장로가 사재를 털어 교회를 세웠다. 창동의 ‘창’과 박현숙의 ‘현’에서 이름을 따 창현교회가 됐다. 지금의 교회 이름은 82년 개명했다. 전태일 열사와 그의 모친 이소선 여사가 다녔던 교회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응팔’을 언급했다. “쌍문동은 아직도 일구팔팔입니다. 따뜻함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식사 장면이 많이 나오잖아요. 우리 교우들도 그래요. 이번 50주년 때 어떤 성도님께서 1000상자의 떡을 해서 이웃과 나눴어요. 누가 병이 나면 교우들이 자발적으로 심방을 가세요. 목사에게 매주 과일을 깎아 주시는 성도님도 계세요.”
김 목사의 ‘쌍문동 예찬’은 계속됐다. “쌍문동 어감이 안 좋은데요. 유래를 알면 달라집니다. 두 개의 문(門)이 있는 곳이어서 ‘쌍문’입니다. 문은 ‘정려문’으로 예부터 충신과 효자, 열녀를 표창하기 위해 임금이 내린 붉은 색깔의 문입니다. 1893년 두 개의 문이 하사됐지요. 그것이 유래가 된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동네이지요.”
교회는 이렇게 정이 넘치는 곳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교회는 항상 열려 있다. 도봉구민간복지거점 기관으로 지정돼 지역사회와 함께 하고 있다.
‘옹달샘’이라는 도서관을 비롯해 카페와 탁구시설, 영어클럽을 운영 중이다. 몇 해 전부터는 탄자니아 유학생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장학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교회를 거쳐간 임마누엘이라는 졸업생은 현재 탄자니아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한다.
김 목사는 대학 교수 시절부터 교회는 지역사회 속에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지역 관공서를 찾아가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또 교동협의회를 통해 사회복지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위원회 위원 절반이 목회자이며 이들은 서로 연합해 지역을 섬긴다고 했다.
김 목사는 철학과 조직신학(교회론)을 공부했다. 교회는 성육신과 십자가, 부활 정신이 흐르는 공동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부활 신앙은 강했으나 성육신과 십자가 정신은 약했다”며 “갈릴리교회는 성육신의 흔적을 가진 교회,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18세기 존 웨슬리가 시작한 감리교 운동의 시발점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한 것이었다”며 “세계는 나의 교구라는 웨슬리의 말은 당시 영국 국교회가 외면한 사람들도 구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대학 시절 죽다 살아난 계기로 신학의 길을 걷게 됐다.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되는 지점에 원인모를 혹이 났고, 만성 복부 통증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몇 차례의 자살까지 시도했다가 하나님의 기적적 치유를 경험했다. 그때부터 그의 삶은 ‘덤으로 사는 인생’으로 여기고 있다. 이 체험은 목회철학에도 영향을 줬다.
“이 땅에서의 삶은 잠시 왔다 가는 나그네 여정입니다. 목회는 본향을 향해 가는 신자들이 나그네(wayfarer·도보여행자)이자 영적 전사(warfarer)로서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교회를 크게 세우고 자기 업적을 이루는 건 아니지요.”
교회는 50주년을 맞아 세상 속 영적 오아시스로서 예수의 3대 운동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선교의 사명을 다하는 교회, 지역사회를 세우는 교회, 다음세대를 세우는 교회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항상 열려있는 교회… 情으로 소외된 이웃 품는다
입력 2016-03-13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