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내놓고 보아도 매우 매력적인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다. 사계절 다채로운 한라산과 쪽빛 바다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 중 등산과 수영을 모두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오름 곶자왈 내륙습지 난대림 등 독특한 자연자원은 ‘유네스코 3관왕’이라는 타이틀에 손색이 전혀 없다.
제주도에 최근 이주민도, 관광객도 늘면서 땅값이 지난 1년간 20% 가까이 올랐다. 전국 평균의 4배 이상이다. 인구는 5년 만에 11%나 늘어 지난해 64만명을 돌파했다. 관광객 규모도 2013년 1000만명을 돌파한 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렇지만 도민이나 관광업 종사자들은 파헤쳐지는 중산간지대, 외화내빈의 관광업 등에 착잡함을 느낀다고 한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내외국인 관광객 69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높은 물가에 대한 불만이 여전했다. 그런데 휴가일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긴 외국인 방문객의 평균 체류일수가 4.45일로 내국인의 5.08일보다 더 적다는 것은 뜻밖이다.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음식 비선호’(19.0%)가 불편사항 3위를 차지했다는 것도 의외다. 바가지 상혼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접근이 쉽지 않은 외국인을 상대로는 여전함을 시사한다.
제주도 관광이 처한 상황은 한국관광산업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즉 체류기간이 짧고, 재방문율도 낮다. 저가상품 위주의 과당경쟁, 쇼핑 위주의 관광프로그램, 게다가 음식값 바가지까지 접하고 나면 다시 찾고 싶을까. 요즘 관광대국으로 뜨고 있는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은 ‘대접을 잘 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진심을 다해 베풀고, 그 다음에 돈을 벌려고 해야지, 돈부터 생각해선 안 된다.
관광의 추세가 쇼핑 중심에서 체험·식도락 관광으로 변하고 있다. 제주도도 계절별로 아름다운 자연자원과 장소를 선정하고 그것과 어우러진 문화를 체험하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한라산 국립공원 경계 안팎의 해발 700∼900m 부근에는 단풍이 기가 막히게 좋은 곳들이 있지만, 현지인 외에는 잘 찾지 않는다. 지금 제주도에는 붓순나무꽃, 야생수선화, 매화가 한창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제주도를 다시 찾게 하려면
입력 2016-03-11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