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비박 간 공천 싸움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친박계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칼바람에 “단 한 명의 전략공천도 없다”던 김무성 대표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진 지 오래다. 급기야 비박계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공관위 활동을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단 이 위원장의 유감 표명으로 내분이 봉합돼 공관위가 12일 4차 지역구 심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언제 다시 계파 갈등이 폭발할지 모른다.
새누리당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이 위원장에게 있다. 공천 관리라는 권한 위임의 범주를 벗어나 사실상 공천을 좌지우지하면서 분란을 자초했다. 이 위원장이 자신의 지역구 경선 실시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을 묵살하면서 비박계의 울분이 폭발했다. 최고위원회에서 추대된 ‘임명직 권력’이 전당대회에서 뽑힌 ‘선출직 권력’인 대표를 심사하고, 대표보다 강한 힘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에 반할뿐더러 비정상적이다.
최근 일련의 이 위원장 언행은 공정성·중립성 시비를 부를 여지가 충분하다. 김 대표를 겨냥한 친박 윤상현 의원 욕설 건의 경우 ‘취중실언’이라며 축소에 급급하고 있다. 친박과 비박을 대하는 잣대가 다르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비밀회동설이 일자 “누구를 만나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회동설을 부인했으나 이 위원장의 행간은 상황에 따라 청와대 의중을 공천 결과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골적인 친박 편향이다.
공관위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하나 그것이 무제한의 자유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공관위는 최고위원회의의 상위기구가 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 위원장의 독선은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4·13총선에서 역풍만 부를 뿐이다. 그가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공관위의 수장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사설] 이한구, 지금처럼 할 거면 물러나는 게 낫다
입력 2016-03-11 17:46 수정 2016-03-11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