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이 11일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사퇴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수도권에서 야권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간곡하게 설명했지만 안철수 공동대표의 강고한 반대를 넘지 못했다”며 “양당중심 정치를 극복해 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박근혜-새누리당의 일당 독주를 허용하는 결과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발언에서도 보듯 통합이든, 연대든 더불어민주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두 달 전 1월 7일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당시 탈당 기자회견문에서 “안에서 싸우다 기운을 다 소진하는, 오만과 독선과 증오와 기교로 버티는, 제1야당 기득권에 안주하는, 패권에 굴종하지 않으면 척결 대상으로 찍히는, 그런 정치 말고,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치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다시 손을 잡자고 한다.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에 헌신하겠다”던 그의 결론은 일당 독주를 막기 위한 야권연대로 슬쩍 치환됐다. 그러면 패권주의적 요소들이 더민주에서 다 제거됐다는 뜻인가. 현재까지 더민주의 공천은 국민 눈높이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그나마 공천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그러니 김 의원의 주장이 자신의 당선 문제, 국민의당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상황 등과 연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탈당할 때 국민의당 지지율은 20% 안팎이었고 최근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지율이 떨어져 활용 가치가 없어지니 생각이 바뀐 것인가. 예상보다 선거 성적이 나쁠 것 같으니 책임을 뒤집어쓸까봐 연대를 빌미로 선거대책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온 것인가. 김 의원은 이런 지적에 책임 있는 정치인답게 답변해야 한다.
김 의원은 2014년에 독자 창당을 준비하던 안 대표를 기존 정당으로 끌어들였고, 두 달 전에는 새정치를 외치며 안 대표와 손을 잡았다. 공학적이고 계산적이고 무게 없는 정치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국민들이 쉽게 알아챈다.
[사설] 김한길, 정치를 너무 계산적으로 하는 것 아닌가
입력 2016-03-11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