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11일 열리면서 주총 시즌이 본격화됐다. 이날에만 상장사 54곳의 주총이 개최됐다. 주총 날짜가 3월 3주간 매주 금요일에 몰리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의 시작이다. 올해 주총 키워드는 ‘주주 친화’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 등 삼성 주요 계열사는 대표이사가 맡던 이사회 의장을 이사 중에서 선임토록 하는 방식으로 정관을 고쳤다. 현대차는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회 전문성과 독립성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했다. 투명경영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들이다.
국내 대다수 기업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의 간소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반면 이사회 독립성은 훼손될 여지가 많았다. 삼성의 정관 변경은 그간의 관행을 깨고 사외이사도 의장이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경영 견제 및 감독기능을 제고해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한 조치다. 선진국 기업 추세를 반영했다. 당장 삼성전기는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어 의장으로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를 선임했다. 하지만 외형을 손본다고 내용도 절로 바뀌는 건 아니다. 권한 없는 의장이 단순히 사회봉만 두드려서는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다.
주주를 대신해 경영을 감독하는 이사회는 오너와 경영진이 전횡하지 못하도록 견제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다수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만 해 왔다. 그런 만큼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향후 의장의 자격요건을 사외이사로 한정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겠다. 아울러 매년 한날한시에 ‘떼 주총’을 해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도 주주 친화 경영과 배치되는 구태다. 이 역시 개선돼야 한다.
[사설] 이사회 독립성 강화 후속조치 나와야
입력 2016-03-11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