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전주 KCC는 10개 팀 중 9위에 그쳤다. 최하위 수준이었다. 그런데 단 1년 만에 남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승승장구하며 2010-2011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중심에 센터 하승진과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이 있다.
KCC는 2015-2016 4강 플레이오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맞아 두 게임을 내리 이겼다. 그것도 이렇다 할 위기도 없이 월등한 실력 차로 승리했다. 지난 7일 1차전에선 80대 58로 무려 22점차 승리를 거뒀다. 9일 2차전에서도 99대 88로 싱겁게 끝냈다. KGC 김승기 감독은 KCC를 꺾기 위해선 하승진과 에밋을 막아야 한다는 정답을 알고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221㎝로 국내 최장신인 하승진은 1차전에서 15점 16리바운드, 2차전에서 14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골밑을 완벽히 지배했다. KGC가 오세근과 찰스 로드, 마리오 리틀 등 거의 모든 선수를 붙여 필사적으로 달려들었지만 말 그대로 머리 하나가 더 있는 하승진의 높이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상대팀으로선 하승진을 막기 위해 더블팀을 하면 외곽에서 찬스를 허용하는 치명적인 약점도 생겼다. 그러자 KCC 선수들은 안심하고 3점슛을 던졌다.
득점기계 에밋도 4강 플레이오프에서 천하무적을 자랑하고 있다. 에밋은 1차전에서 27점, 2차전에서 39점을 폭발시켰다. 에밋은 변칙적인 스텝과 테크닉, 지능적인 몸싸움으로 수비수 한 두 명은 가볍게 따돌린다. 아예 상대 선수를 가지고 논다고 할 정도로 기량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추승균 감독조차 “에밋은 정규리그를 소화하며 상대의 더블팀, 트리플팀 수비까지 경험했다”며 “선수 본인이 많이 적응됐고, 어떻게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에밋은 1차전에서 KGC가 신장과 파워가 좋은 오세근을 그에게 붙이자 3점포 두 방으로 간단히 이를 해결했다. 또 하승진과의 2대 2 플레이에도 능하다. 돌파하다 여의치 않으면 골밑에 자리 잡고 있는 하승진에게 공을 줘 손쉬운 득점을 올리도록 도와준다.
그래도 두 선수는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있다. 하승진은 “플레이오프가 되면 좀더 잘해야 한다는 의지와 집중력이 나오는 것 같다”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봤다. 컴퓨터는 감정기복이 없는데 사람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것처럼 안 좋을 때 자기 것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농구] 하승진·에밋 있기에… KCC, 챔프 꿈꾼다
입력 2016-03-11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