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젊은층을 공격하다… 치매 환자 저령화 비상

입력 2016-03-11 20:56



소아청소년층에 ‘퇴행성 뇌질환’ 비상이 걸렸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로 불리는 치매가 각종 질병 및 사고 여파로 어린아이들에게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치매 발생을 부추기는 생활습관의 교정과 사고 예방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6∼2015년 치매의 세부질환별, 연령별, 성별 진료실적을 조사한 결과 국내 병·의원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를 받은 30대 이하 환자가 연평균 21.8명씩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11일 밝혔다.

연도별 환자 발생 수는 2006년 14명, 2007년 13명, 2008년 17명, 2009년 16명, 2010년 12명, 2011년 15명. 2012년 40명, 2013년 37명, 2014년 28명, 2015년 26명이다. 이는 의학계에서 초로기(初老期) 치매로 보는 40∼60세 발병보다 더 빨리 시작되는 초(超)초로기 치매가 적잖다는 뜻이다.

초로기 치매란 노인성치매 연령보다 이른 초로기(45∼60세)에 갑자기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알츠하이머가 대표적이다. 특히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건망증이 심하다가 차차 기억·이해·판단·계산 능력이 둔해지면서 치매가 뚜렷해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10대 이하 소아청소년도 초초로기 치매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3명, 1명 발생했고 2010년 3명, 2011년 2명, 2012년 4명, 2013년 6명, 2014년 4명, 2015년 7명이 ‘조기발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상세불명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기타 알츠하이머병’ ‘상세불명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는 “40세 미만 젊은이와 10대 이하 소아청소년층의 치매 발병은 갑상선기능저하증, 경막하출혈, 뇌수종, 양성 뇌종양, 비타민 B12 결핍 등 다른 기저질환의 합병증이거나 교통사고 후유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치매 인구, 특히 초로기 또는 초초로기 치매 환자를 줄이기 위해 비만 당뇨 뇌졸중 운동부족 등 치매 위험요인을 피하는 생활과 더불어 각종 사고를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사고 방지 노력 못잖게 중요한 것이 일상생활에서 치매를 부르는 위험요인들을 피하는 것이다. 임상의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도 2013년 발표한 ‘치매 유행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치매를 부르는 고혈압 암 당뇨 비만 뇌졸중 등이 잘 조절되면 치매 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치매 인구가 줄지 않고 계속 늘어나고 40세 미만에도 치매 진단 환자가 속출하는 것은 제철 음식을 통해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초로기 고혈압과 비만을 막는 등 치매 위험요인 제거 노력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창형 교수는 “최근 우울증과 운동부족, 중년기 고혈압 및 비만, 흡연, 저학력, 당뇨 등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만 해도 치매 발병 위험을 30∼50% 낮출 수 있다는 보고가 잇달아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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