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성 짙은 ‘텐트 공연’에 초대합니다

입력 2016-03-14 04:00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은 간판 레퍼토리인 ‘도라지’(왼쪽)와 ‘백년, 바람의 동료들’을 3월 18∼25일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 텐트극장을 치고 공연한다. 극단 신주쿠양산박 제공
연출가 김수진
재일한국인 2세 연출가 김수진(사진)이 이끄는 일본극단 신주쿠양산박이 3월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 텐트극장을 만들고 2편의 연극을 선보인다. 18∼20일 ‘도라지’와 ‘23∼25일 ‘백년, 바람의 동료들’이다.

한국 극작가 오태석이 쓴 ‘도라지’는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과 그를 암살한 홍종우 등 구한말 두 개혁가의 좌절과 절망을 그린 작품이다. 1994년 한국에서 초연됐지만 주로 극단 신주쿠양산박이 일본에서 공연해 왔다. 2010년 처음 무대에 오른 ‘백년, 바람의 동료들’은 재일한국인 음악가 겸 작가 조박이 오사카의 음식점에 모인 사람들의 대화와 음악을 통해 재일한국인 100년의 역사와 치열했던 그들의 삶을 그렸다. 두 작품 모두 김수진이 연출했다.

신주쿠양산박은 60∼70년대 일본 연극계를 휩쓴 실험적이고 사회성 짙은 연극, 즉 앙그라(언더그라운드의 일본식 표기) 연극의 계보를 잇는 극단이다. 앙그라 연극을 대표하는 극단 상황극장 출신인 김수진이 87년 재일한국인 극작가 정의신, 배우 김구미자 등과 설립했다.

극작가 겸 연출가 가라 주로가 이끄는 상황극장은 기존 극장 대신 야외에 붉은 텐트를 치고 공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그 전통을 이어 도심 속 공원이나 광장 등에서 텐트 공연을 하고 있다. 텐트 극장은 연극의 수공업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한편 주변 공간까지 연극적 공간으로 만들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몰입시키는 힘을 가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주쿠양산박도 극장 공연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극장처럼 종종 야외에 텐트를 친다.

김수진과 신주쿠양산박은 89년 ‘천년의 고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내한공연을 펼치며 국내에 적지 않은 팬을 갖고 있다. 특히 93년 ‘인어전설’과 2005년 ‘바람의 아들’은 여의도 한경둔치에 텐트 공연을 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배우들이 무대 뒤편 한강을 뗏목으로 건너오는 ‘인어전설’ 첫 장면은 아직도 연극 팬들에게 회자될 정도다. 다만 전속 극작가였던 정의신이 96년 극단을 탈퇴하면서 한일 양국에서 예전만큼의 위력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공연하는 두 작품은 극단의 최근 대표 레퍼토리로 한국에서도 2011년, 2013년 공연된 바 있다. 하지만 텐트 공연은 처음이며, 국내 극단인 스튜디오 반과 함께 내놓는다. 스튜디오 반은 신주쿠양산박 단원 출신인 연출가 이강선이 이끌고 있다. 스튜디오 반은 신주쿠양산박의 텐트를 인수해 2013년 초연됐던 ‘물탱크정류장’을 9월부터 석달 간 공연할 예정이다.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