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조각 작가?… 거울조각 작가로 불러주오

입력 2016-03-21 04:01
거울 조각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박선기 작가

정남향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전시장 입구 통유리 안에 알록달록 거울 조각이 매달려 있다. 변신이다. 숯 조각으로 유명한 박선기 작가(50). 자신을 “매다는 작가”라고 명명하는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매체가 바로 거울이다.

중앙대 조소과를 졸업한 후 주제를 찾던 그는 자연과 인간(문화)의 관계를 고민하면서 건축 문화를 차용하게 됐고 건축적 작업으로서 매다는 조각을 구상하게 됐다. 처음엔 돌이었다. 그러다 그의 브랜드가 된 건 숯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숯이 기둥, 탑, 고가도로 등 구체적 형상을 만들어내며 공간을 구축하는 식이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3프로젝트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리플렉션-색즉시공’전에는 숯 조각도 선보인다. 주렁주렁 숯 조각이 숲을 이루 듯 입방체를 만든다. 그 안으로 길이 나 있어 마치 건축물 속을 걷는 기분인데, 숲 속을 걷는 착각도 동시에 준다.

유리는 숯 작업의 대척점에 있다. 인공의 산물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숯을 통해 공간적 형상을 추구해왔던 것과 달리 무정형으로 매달려 있어서다. 지난 9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작가는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는 게 신조”라며 “흑백의 세계에서만 살아와 이번엔 반대되는 걸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햇빛을 끌어들이는 전시 공간을 고려해 거울 조각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물질감을 보여주는 숯과 달리 거울은 상징처럼 사용됐다. 화려하면서 반사하고 비추기도 하는 거울 조각. 그 찰나적인 아름다움에 반하다가도 멈칫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 ‘형체는 헛것(색즉시공)’이라는 생각이 스칠 것이다. 4월 8일까지(02-3446-3137)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