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모노크롬, 한국 단색화와 비교해 보세요… 프랑스 작가 오베르탱 개인전

입력 2016-03-21 04:01
베르나르 오베르탱의 레드 모노크롬 회화 설치 전경. 리안갤러리 제공

한국에서 1970년대 자생적으로 생겨났다는 모노크롬 추상인 ‘단색화’는 서구의 모노크롬과 얼마나 다를까.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오베르탱(1934∼2015)의 레드 모노크롬 회화는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것 같다. 오베르탱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박서보, 하종현 등 단색화 작가들과 같은 30년대 생인 그는 6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단체인 제로그룹의 일원이다.

당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은 앵포르멜이 대세였다. 앵포르멜은 장 포트리에의 회화에서 보듯 흐느적거리나 뭉클거리는 덩어리 감을 특징으로 하는 서정적 추상화다. 제로그룹은 이처럼 감정의 주관성을 내세우는 앵포르멜 뿐 아니라 사실주의까지 모두 거부하며, 제로에서 출발하자고 주창했다.

오베르탱은 58년 시작한 레드 모노크롬 회화를 평생의 작업으로 삼았다. 청색 모노크롬으로 유명한 이브 클라인과의 57년 만남이 계기가 됐다. 선, 형태 등 구상적인 요소가 없더라도 단색을 통해서 온전한 물질성과 정신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은 것이다. 그에게 색채는 절대적인 가치이다.

왜 빨강일까. 그의 전속화랑인 파리 장 브롤리 갤러리의 장 브롤리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와 만나 “빨강은 가장 대중적인 인기가 있으면서 피, 불 등 삶과 가까운 색”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캔버스에 단색을 넓게 펴 바른 심플한 빨강이 있는가 하면, 스푼으로 물감을 떠서 펴바른 것, 못을 촘촘히 박은 뒤 빨강을 칠한 것, 결이 있는 나무에 빨강을 칠한 것 등 레드 모노크롬의 다양한 변주를 볼 수 있다. 4월 23일까지(02-424-2203).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