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 곁에 들어온 인공지능

입력 2016-03-10 21:17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해 판매 중인 인공지능 감정 로봇 ‘페퍼’가 지난해 도쿄에서 일본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 뉴시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지만, AI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넘어 인간을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은 지난 3일 사람처럼 고객 질문에 대답해주는 프로그램 ‘루보(Luvo)’를 고객센터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루보는 고객의 질문을 알아들은 뒤 사전에 입력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분류·처리해 질문에 맞는 대답을 제공한다. 만약 질문이 복잡해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하면 고객센터 직원에게 답변을 넘기게 된다.

쉽게 말하면 AI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이다. 얼핏 들으면 SF(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지만 이미 우리 생활에 파고든 지 오래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 서비스에도 AI 기술이 적용돼 있다. 불법 광고성 ‘스팸 메일’을 걸러주는 기능이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AI가 적용된 기술이다. 방대한 스팸 데이터를 갖고 해당 메일이 스팸일 것이라고 예측한 뒤 이를 미리 거르는 것이다. 집안 온도나 습도를 스스로 제어하는 에어컨·제습기·보일러 등이나 사람이 일어났을 때 필요한 제품을 미리 켜두는 사물인터넷(IoT) 제품들에도 AI가 적용됐다.

최근에는 감정을 더한 기술로도 진화했다.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는 사람과 교감하는 AI 로봇 ‘페퍼’를 지난 1월부터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판매 중이다. 페퍼는 얼굴을 움직여 표정을 짓기도 하고,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교감한다. 일본에서는 독거노인들이 페퍼와 대화를 하고 함께 산책한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 휴대전화 대리점에 직원 대신 페퍼들이 고객 응대를 시작했다.

쇼핑 영역은 AI가 가장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아마존은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미리 분석해 주문이 예상되는 물품을 포장해놓고, 소비자가 주문 버튼을 누르면 즉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특허 등록했다.

AI가 점점 고도화되면 인간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넘어 인간을 대체하는 영역도 빠르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콜센터 직원·텔레마케터(99%, 이하 괄호는 가능성), 세무대리인(98.7%), 금융권 대출상담(98.3%), 은행 창구직원(98.3%) 등의 직업은 AI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