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10일 2차 대국 후반에는 알파고의 악수로 보이는 수가 등장했다. 이 9단이 우상귀 집을 넓히기 위해 백 166번수를 뒀다.(위쪽 기보 참고) 누가 보더라도 이를 막기 위해 알파고는 백 166번수 옆에 돌을 놔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알파고는 갑자기 중앙에 흑 167번수를 뒀다. 우상변 쪽을 떼어주는 대신 중앙 넉 점을 가지는 바꿔치기를 시도한 것이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알파고가 큰 실수를 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백이 4∼5집 이득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한 결과 이 바꿔치기로 선후수가 바뀌게 돼 흑이 우변에서 이득을 취해 전체적으로 더 큰 득을 봤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희성 9단은 “알파고의 167수 선택이 계산된 것이라면 정말 무섭다”며 “결과적으로 알파고의 선택이 좋게 마무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곤 9단도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을 계산하는 것 같다”며 “알파고가 두는 수가 알고 보니 정수였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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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0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