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상상을 초월하다… 이세돌, 알파고에 또 불계패

입력 2016-03-10 21:55
이세돌 9단이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2차 대국에서 완패한 뒤 기자회견을 하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인간이 또 다시 인공지능에게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인류를 대표한 이세돌(33) 9단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2번기 대국에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에게 211수만에 돌을 던졌다.

전날 1차전에서 알파고에 불계패를 당해 인류에 크나큰 충격을 줬던 이 9단은 이틀 연속 고개를 숙였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이제 인류를 넘어설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전날 1차전에서 패한 뒤 남은 대국에서 5-5 백중세가 될 것이라던 이 9단은 “어제로 충분히 놀랐고 이제는 할 말이 없어질 정도가 아닌가 싶다”며 당혹해했다. 강력한 알파고의 기력이 드러나면서 이 9단이 남은 세 판도 내리 지며 전패를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은 인간들의 마지막 자존심인 바둑까지 정복함으로써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담당할 주역으로 본격 등장할 계기를 만들었다. 앞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이번 대국에서 누가 이기든 승자는 전 인류”라고 밝힌 바 있다.

이 9단은 중반까지 유리한 형세를 이뤘지만 이후 전투에서 알파고에게 밀렸고, 제한시간에 쫓기면서 끝내기에도 실패했다. 알파고는 1차전과 달리 초반 인간의 강점이라는 변칙수를 들고 나오며 이 9단을 흔들었다. 그리고 정확한 계산을 바탕으로 막판에 시간에 쫓긴 이 9단에게 또다시 역전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몇 차례 실수를 했지만 흔들림 없이 철저히 계산된 대로 착점을 하는 모습이었다.

김성룡 9단은 “이제 인간이 인공지능을 한 판이라도 이기면 다행인 시대가 왔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송태곤 9단은 “뭐에 홀린 거 같다”며 “인간의 눈으로 보면 실수는 알파고만 했는데도 졌다”고 토로했다. 3차전은 11일 하루를 쉬고 12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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