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피해 20대 女, 스스로 목숨 끊어

입력 2016-03-10 21:13 수정 2016-03-11 01:14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한 20대 여성이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 자살로 이어진 것이다.

9일 오후 5시45분 A씨(23·여)가 서울 관악구 집에서 숨져 있는 것을 어머니가 발견했다. A씨는 7일 오후 8시쯤 언니와 관악경찰서를 찾아 남자친구 B씨(25)에게 폭행당했다고 신고했다. A씨는 경찰에서 “6일 오전 1시쯤 집 근처 편의점에서 남자친구가 내 목을 조르고 손과 허리를 잡아 넘어뜨렸다”고 했다. B씨가 먹을 것을 사주겠다고 했는데 A씨가 아무 말 없이 집에 가려 하자 폭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둘은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한다.

A씨에게 우울증 등 정신과 병력은 없었다. A씨는 경찰 피해자보호관이 임시 숙소와 신변보호가 필요한지 물었으나 거절하고 귀가했다. 9일 회사에 출근했다가 몸이 안 좋다며 조퇴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11시45분쯤 집 앞 CCTV에 찍힌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B씨는 폭행 다음날인 7일 A씨에게 SNS를 통해 사과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앞으로 (연락을) 차단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9일 오후 3시쯤 다시 보낸 사과 문자를 A씨는 읽지 않았다. B씨는 9일 오후 3시30분쯤 경찰에 자진 출석해 폭행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의 폭행 혐의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며 “A씨가 목숨을 끊은 이유를 추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모 국회의원의 인턴비서로 일하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