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발 수억원 ‘뒷돈’ 수영연맹 간부 구속기소

입력 2016-03-10 21:22
‘수영계의 실력자’ 대한수영연맹 정모(55) 전 전무이사가 국가대표 선수 선발 등의 청탁과 함께 3억27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스승 노민상(60) 감독도 정씨에게 9000만원 이상의 뒷돈을 상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10일 정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정씨는 2004년 2월∼2015년 4월 A수영클럽 대표이자 수영연맹 전 총무이사인 박모(49)씨로부터 119차례 모두 2억3550여만원을 챙긴 혐의다. 박씨는 정씨에게 A클럽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수영연맹 임원 선임, 서울시청 수영팀 감독 추천 등의 청탁도 했다. 박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노 감독도 비슷한 취지의 청탁을 했다고 한다. 2009년부터 2011년 1월까지 30차례 총 914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나왔다. 다만 배임증재 혐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 처벌은 면했다. 정씨는 챙긴 돈을 생활비나 훈련비 등에 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윗선’에 흘러갔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사용처를 쫓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는 보완수사를 거쳐 추가 기소할 사안이 남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8일 선수 훈련비 등 10억여원을 빼돌려 도박 등으로 탕진한 수영연맹 이모(48) 전 시설이사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다른 이모(48) 이사는 전남체육회 우수선수 육성지원비 등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5일 구속됐다. 검찰은 경영 외에 다른 종목에서도 비리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사의를 표한 이기흥(61) 수영연맹 회장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