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정부의 경제팀이 강조하는 단어는 ‘체감’이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외쳤던 ‘경제 민주화’는 어느 순간 사라졌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도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에 당장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
대신 박 대통령이 경제부처에 요구하는 게 체감 경제다. 경제 관련 부처와 기관들도 소비자물가지수(CPI)부터 일자리 정책까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계청은 연말 새로운 CPI와 함께 ‘독일식’ 가계별 맞춤형 물가지수 프로그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내놓는다고 10일 밝혔다. 통계청이 ‘체감’ 물가지수를 내놓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지난해 박 대통령이 유경준 통계청장을 임명하면서 ‘체감 통계’를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체감 고용률이 나왔다.
그간 통계청은 가계동향 자료를 낼 때마다 체감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2년 만들어진 CPI가 문제였다. CPI는 가구당 생활을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알아보기 위해 작성하는 통계다. 481개 대표 품목에 소비지출 비중에 따른 가중치(합 1000)를 부여해 계산한다. 최근 연간 가계동향에서 주거·수도·광열 지출 비중은 10.38%로 2012년보다 0.41% 포인트 올랐지만 월세 가중치는 30.8에 불과해 주거비 지출에 따른 가계부담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새로운 CPI는 월세와 외식비 가중치가 높아진다.
통계청이 제공하고 있는 ‘우리집 물가 체험하기’ 프로그램은 좀 더 세분화된다. 이 서비스는 소득 수준에 따라 체감 물가를 발표하는 독일식 CPI를 모델로 했다. 동일한 품목에 동일한 가중치를 적용하면 가구별·소득별 물가지수를 보여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가구별 소비지출에 따른 가중치만 변형할 수 있었다면 연말 선보이는 프로그램은 가중치는 물론 품목까지 고를 수 있다. 가령 중학생 자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했다면 가중치가 19.3인 중학생 학원비는 삭제하고 13.3의 고등학생 학원비만 넣는 식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없다면 33.9의 가중치가 부여된 스마트폰 이용료도 필요없다.
기획재정부는 15조원 규모의 일자리 사업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박 대통령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있는 일자리 정책을 보완해 맹점을 없애고 일자리 예산이 15조원 플러스알파의 효과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지원대상별 전달기관이나 창구를 일원화해 서비스 전달체계를 단순화·효율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체감 경제에 집중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이미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물가지수나 일자리는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한 경제학자는 “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경제는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다”며 “임기 말인 내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朴대통령 ‘체감경제’ 연일 강조… 정책방향 바뀌나
입력 2016-03-11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