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대책 ‘헤리티지 클럽’ 2호 가입자 주선용 권사 “유산기부 약정으로 나눔의 기쁨 누려요”

입력 2016-03-10 19:11
기아대책에 보험으로 1억원 유산 기부를 약정한 주선용 권사가 지난 8일 기아대책 지역후원이사회 회장단 세미나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많은 분들이 유산 기부에 동참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저는 시간과 나이를 가불해 살았고, 돈을 가불해 살았습니다. 이제는 유산기부 약정을 통해 죽은 후 천국에서나 맛볼 나눔의 기쁨을 가불해 누리고 있습니다.”

기아대책의 1억원 이상 유산 기부자 모임인 헤리티지 클럽 2호 가입자 주선용(64) 권사의 얘기다. 지난 8일 기아대책 지역후원이사회 회장단 세미나 직후 만난 그는 자신의 삶을 ‘가불 인생’이라며 수줍게 소개했다.

그가 28세 때 군인이던 남편이 다섯 살, 세 살 된 남매를 남겨놓고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두 아이를 키우는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살 수 있었으면, 세월이 빨리 흘러갔으면 했어요. 나이를 원래보다 높혀 말하면서 시간을 가불해서 살았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했다. 강남 세브란스병원 원목실 전도사로 27년간 일한 뒤 3년 전 은퇴했다. “어떻게 혼자 살았겠어요.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그래서 내 돈이라는 생각보다 남의 몫을 누린다고 생각해요. 3분의 1은 하나님, 3분의 1은 딸, 3분의 1은 아들 몫으로 여겼어요.”

2006년 터키 여행길에 우연히 기아대책을 알게 됐다. ‘떡과 복음을 함께 보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후원을 시작하고 비전트립도 갔다. 자녀들 대학 졸업에 결혼까지 시키느라 빚이 생겼지만, 그래도 기회가 날 때마다 케냐 우간다 등 아프리카로 비전트립을 떠났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다 해결해줘야 그들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에요. 가장 불편한 것 하나 해결했을 때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어요. 화장실이 없으면 화장실 하나 지어주고 우물 하나, 학교 하나 이렇게 해주는 거죠. 작은 힘이지만 보태면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조금 나아짐으로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공식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은퇴 후 늘 유산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평생 병원에서 일하면서 죽음을 가까이 접했다. 무엇보다 믿는 가정에서도 부모가 남긴 유산 때문에 자녀들이 싸우고 가족이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강남에 빌딩이 많은 환자의 며느리가 찾아와서 ‘우리 아버님 어때요’라고 묻는 게 마치 ‘언제 돌아가실 것 같아요’ 처럼 들린다고 간호사들이 그래요. 실제로 돈 앞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가진 게 많진 않지만 살아있을 때 확실하게 해놓고 싶었지요.”

지난 연말 헤리티지 클럽 1호 설순희 권사의 유산기부 사연을 접했다. 전 재산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유산기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저한텐 ‘자족의 은혜’가 있어요. 연금 나오고 자녀들은 독립했고, 작지만 살 집도 있고, 그럼 충분하죠. 한 달에 한 번 커피 마실 때도 마음은 스타벅스 커피 사 먹고 싶은데 몸은 던킨 도너츠에 가 있어요. 스타벅스 커피가 800원 더 비싸요. 이 돈 아껴 보험 하나 더 들자 했어요. 그때까지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은 5000만원이었는데, 한 달에 21만8000원씩 더 내면 1억원이 되더라구요.”

그는 지난 1월 종신보험 3개의 보험금 1억원 수익자를 기아대책으로 지정하고 기부 약정서를 썼다. 큰 숙제를 끝낸 것 같아 기뻤다. 그는 여호수아 13장 33절을 소개했다. “레위지파에게는 모세가 유산을 주지 않았어요.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그들의 유산이기 때문이지요. 유산 기부야말로 자식들에게 큰 가르침을 남겨주는 것입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